‘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세계 최고 ‘럭셔리’ 마이스호텔이라 부르기엔 2% 부족한 뒷맛
상태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세계 최고 ‘럭셔리’ 마이스호텔이라 부르기엔 2% 부족한 뒷맛
  •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장
  • 승인 2019.03.29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아의 비비디바비디부] ‘대륙의 자존심’ 大国崛起 염원 담은 ‘임페리얼 스프링스’ 下

中부자 1% ‘타깃’ 골프장, 한국인에겐 높은 진입장벽
지피지기 해외마케팅 실패? … 셀링포인트 바꿀 필요
“기대치 만족시킬 고품격 서비스 아쉬워…디테일 보강”

인근 마을투어 차량 이용요금만 왕복 50만원 ‘씁쓸’
현지인 ‘우선채용’ 원칙 못지않게 고객 ‘불편’ 챙겨야
“비즈니스 연결하는 마이스산업 ‘배려‧상식’ 우선”

한자는 신비로운 표어문자다. 한 단어에 대조적인 의미를 담아도 크게 모순을 만들지 않는다. 명암(明暗)이 대표적인 예다. 음과 양은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하지만 다른 한 편이 있어야 비로소 각자의 존재가 완성된다. 스케치를 할 때 ‘명암을 넣는다’고 한다. 2차원인 도화지에 연필로 어둠을 만들면 동시에 빛도 태어나 입체감이 완성된다. 아무 의미없던 공간에 생명을 잉태시키는 방법이다. 사람에게 찾아오는 인생의 굴곡은 온전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신의 작전이다. 가장 짙은 어둠 뒤에 동이 트는 법이다. 

지난호에서 극찬(?)했던 임페리얼 스프링스(임스)에도 명암이 있다. 정말 그렇게 대단한 곳이라면 공실률이 무려 96%일 리 없지 않은가. 변화는 문제를 인지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화려한 하드웨어의 그림자에 가려 아직 챙기지 못한 소프트웨어를 점검해, 중국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럭셔리 마이스(MICE)호텔로 굳건히 서게 될 임스를 기대해 본다. 

_뗡뀿_료꼮_녁꼳_⒰__■넽_꺻뀳.jpg▲ 임페리얼 스프링스는 사진에 다 담기 어려울만큼 거대하다. 드넓은 부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대륙의 힘을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임페리얼 스프링스. 사진제공= 임페리얼 스프링스

임스는 개장 후 4년 만인 2016년, 한국에 이곳을 알려 럭셔리 골퍼나 CEO들이 찾아오게 하겠다며 야심차게 마케팅을 시작했다. 한국이 임스의 해외마케팅 1호 지역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해외골프를 가는 주된 이유와 패턴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탓에 상품을 엄한(!) 가격에 내놨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한국인 636만명이 골프를 친다고 하니, 인구 대비 골프인구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해 해외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골프여행, 특히 단체 유치에 관심이 높다. 일본, 중국은 말할 것이 없고, 겨울에는 6시간 미만 비행거리에 위치한 동남아 지역으로는 한 시즌에 수천명씩 몰려가니 탐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다. 물론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서 판매되는 해외골프상품은 거의 이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다. 골프도 다이빙, 서핑 못지않게 ‘한 우물’만 파는 스포츠라, 한국의 골퍼들은 골프치고 먹고 자는 것 외엔 별로 관심이 없다. 대부분 시간에 쫓기는 비즈니스맨들이 주고객이다보니 휴양골프, 여행의 일부로서 골프보다는 골프 자체가 목적인 여행이 대부분이다.

골프를 자유롭게 칠 수 없는 중국의 경우 골프장비를 갖추고 라운드를 나가는 것 자체가 재산과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임스는 상위 1% 중국부자들을 겨냥해 골프장을 설계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세계 최고급 골프장이라고 외쳐봤자 중국에 위치한 골프리조트, 게다가 200만원이 넘는 패키지상품이 쉽게 팔릴 리 없다. 게다가 이코노미 좌석도 보통은 40~50만원, 성수기에는 80만원대까지 치솟는 항공요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실제 임스의 골프장 그린피는 18홀에 약 53만원으로 세계 최고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의 그린피(525달러)와 맞먹는다.

Golf Course (3).jpg▲ 임페리얼 스프링스 골프장. 그린피 18홀 기준 약 53만원. 사진제공= 임페리얼 스프링스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리조트, 호텔의 경우 좋은 골프장은 중요한 셀링포인트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에게 중국의 수백만원대 골프상품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상품판매를 밀어 붙이기 전에 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작업을 먼저 하는 게 순서였다. 상업지구가 그득한 광저우에 7성급 호텔이라니, 잘 와닿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명품을 명품으로 이해시킨 후에 명품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데 너무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실제로 임스가 해온 마케팅은 여행‧골프 전문기자 몇 명을 초청하는 정도였다. 그 후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이센스 골프매체에 한해, 그것도 항공료 50%를 자부담 하는 조건이면 팸투어를 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광저우를 떠올리면 머릿속을 스쳐가는 복잡한 도심과는 전혀 다른 고즈넉한 풍광이 등장한다. 진주강을 목전에 두고 병풍을 두르듯 산으로 둘러 쌓인 배산임수 지형에 자리잡고 있다. 대대로 중국 남부지역의 고위인사들이 혹한을 나던 ‘중난하이(中南海)의 겨울수도’로 이미 인정받은 곳이라 ‘하이난만큼 가까운 럭셔리 겨울 휴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독특한 스토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차라리 세계에서 6개 밖에 없는 부처 사리 중 하나를 모신 스투파 등 2만여 점의 희귀한 중국의 보물들을 보유한 ‘킹골드박물관’이나, 스위스와 더불어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인 희귀한 ‘라돈온천’을 셀링포인트로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30년 후를 내다보고 대계를 세우던 그 철학을 왜 해외마케팅엔 적용하지 않은 걸까. 물론 그 자체로 희소가치가 높은 곳이라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입소문으로 수요는 자연적으로 늘어날테지만 시작이 아쉽다.

어딘지 엉성한 ‘중국식 럭셔리’

사람의 성품에 일관성이 없을 때 표리부동하다, 화장실 들어갈때 나올때 다르다고 한다. 심리학 용어로는 페르소나(persona)에 일관성이 없다고 한다. 페르소나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나타내는 말로, 그리스의 고대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의 이름이다.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를 가면 뒤에 숨기고 가면이 맡은 역할만을 충실히 해 내기 위함이었다.

중국황제, 귀족들이 머물던 별장의 이미지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곳이라며, 자칭 7성급 장원(황제의 정원)으로 스스로를 뽐내듯 소개하기 때문에 ‘어디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기대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정작 현지에 와보면 어딘지 엉성하다. 우선 한 사람당 한 명의 버틀러(전속 집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버틀러의 영어실력이나 태도가 애매하다. 티오프 시간이 자주 어그러지기도 한다. 몇 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한국 골프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한국을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 에릭 창에게 이 곳에 오기 전 무슨 일을 했는지 물었다. 임스의 주인인 차우 회장의 아들 대학친구라고 한다. 전에는 카피라이터를 했단다. 호텔 서비스 교육이나 마케팅을 배운 적은 없지만, 영어를 꽤 하는 편이라 발탁된 듯하다. 한국손님들을 직접 응대하는 임향격씨는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상당히 적극적인 여성이다. 서툰 한국어지만 불편한 건 없는지 이것저것 먼저 물어보기도 했다. 살갑게 대하는 태도에 순수한 성품이 묻어난다. 그러나 세련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옆집 처녀같은 푸근함을 지울 수 없다.

imps_hr_master-94.jpg

▲ 임페리얼 스프링스는 직원을 채용할 때 현지주민에게 가산점을 주는 편이라고 한다. 사진제공= 임페리얼 스프링스

페르소나에 일관성이 있다는 의미는 모든 면에 ‘다움’이 묻어나는 것이다. 색조가 같으면 빨강, 파랑처럼 대조적인 색도 은근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띈다. 그 사람의 표정, 옷차림, 손동장, 말투 모든 것에 ‘그러함직’한 맥락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임스의 경영진들이 좀 더 챙겨야 할 것들이 보인다.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직원을 채용할 때 호텔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보단 인근 마을에서 나고 자란 현지주민에게 가산점을 더 주는 편이라고 한다. 직원 기숙사가 있긴 하지만 700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숙식을 해결해 주기는 벅찰 테니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행정적인 이유도 있겠다. 그러나 그보단 차우 회장은 임스가 자리잡은 이곳 ’충화’라는 지역에 애정과 자부심이 각별하기 때문이란다.

처음에는 직원들의 지나치게 순박한(?) 태도에 당황하지만 정작 떠날 땐 정이 들어 다시 다시 이곳을 찾을 땐 전에 담당했던 버틀러를 지정해 예약을 하기도 한단다. 나 역시도 ‘로즈’라는 20대 초반의 버틀러 아가씨와 정이 들어 갈 때마다 그녀를 먼저 찾았다.

다 좋다. 하지만 잊지말아야 할 점은 직원들의 태도를 통해 호텔이 어떤 페르소나를 지녔는지 고객이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다는 거다. 영화 ‘위플래쉬’에서 플랫처 선생은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라며 제자 앤드류의 헤이해진 프로정신을 다그친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럭셔리는 모순이다. 그런 것을 우리는 럭셔리라고 하지 않는다.

LR-L1130823.jpg

▲ 사진제공= 임페리얼 스프링스

‘회원제 우선’ 원칙만 앞세우는 답답함

임스를 찾는 대부분의 고객은 멤버십을 구매한 중국부자들이다. 그러나 주말에는 한국, 호주에서 여행 온 외부 손님들도 섞이게 된다. 멤버십 위주로 운영되다보니 회원에게 예약 우선권이 주어지는 건 이해하지만, 미리 예약을 해도 회원이 우기면 티오프 시간을 내줘야 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반면 대부분 회원제로만 운영했던 한국 골프장은 경영악화로 일반고객에게도 문을 연 지 꽤 됐다. 타협점이 넓어질수록 시장은 양분화 되는 듯하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고 애매한 입장으로 꼼수를 부리는 곳은 개성도 잃고 손님들의 인심도 잃게 된다. 원칙을 버리지 않는 곳은 그나마 충성고객이라도 유지하지만, 뜨내기 손님을 좀 더 받겠다며 단골손님을 허술하게 대하는 밥집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임스는 회원과 비회원을 분명히 구별한다. 하지만 일반손님을 받고자 했다면 티오프 시간이나 시설예약 시간을 명확히 분리시켜 회원 간 불필요한 감정 충돌을 피했어야 했다. 차라리 주중에만 외부손님을 받고 가격을 대폭 내리는 것도 방법이었을 텐데 별 다른 대안이 없는 듯 보였다. 문제가 터지면 임기응변으로 미안하다며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고집’을 부릴 땐 그만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회원제 우선이라는 원칙만 내세우며 미리 예약을 해도 별다른 대안 제시 없이 예약이 깨지는 일이 빈번하다.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면 회원들의 인심을 잃고 높은 기대를 갖고 찾은 외부인들에게 입소문도 나쁘게 날 게 뻔하다. 단, 이건 수년 전의 일이니 지금은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틈새가 벌어진 지속가능 경영

골프장 외에도 스파, 박물관, 수영장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욕심 많은 한국사람들은 리조트 시설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다. 뭔가 다른 걸 할게 없냐고 물으니 시장과 마을투어가 가능하단다. “광둥주민은 다리 4개면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광동성의 성도인 광저우는 먹거리 천국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충화시장은 광저우 시장의 1/3 규모로 외부인 보단 현지인이 즐겨찾는 시장이다. 특히 가내수공업으로 운영되는 상점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신선하고 다양한 먹거리 재료들을 살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LR-L1130952.jpg▲ 광저우 현지의 산해진미가 기다리는 마을투어. 중국영화에서 한 번은 봤을 법한 광경이 펼쳐진다. 사진제공= 임페리얼 스프링스

투어는 담당 버틀러가 인솔해서 떠나는데, 임스에서 충화 시내까지 25분 정도 걸린다. 낡고 소박한 마을이다. 어릴 적, 배우 공리가 주로 출연한 영화의 배경에 등장한 옛 중국마을의 장면들이 겹쳐진다. 중국서민들의 실제 삶을 본적 없는 터라 내내 신기했다.

이 지역은 과일 리치(Litch)와 말린 고기로 유명하다. 열대과일이라 동남아에서 주로 나는 줄 알았는데, 리치의 주요 생산지는 중국 남부지방과 하이난다오 지역이며, 광저우 지역에서 나는 리치는 최상급 품종인데다 생산량이 한 해 무려 2만8000톤이나 된다고 한다. 알이 크고 탱글하며 과즙이 가득한 리치열매 30~40개가 달린 한 줄기 가격이 고작 3000원 정도. 까기가 좀 번거로워 그렇지 말 그대로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별다른 건조시설 없이 자연바람에 말린다. 가정집, 상가 할 것 없이 모두 처마 밑에 시커먼 고기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풍경도 나름 이국적이다.

봄‧여름, 농가에 5천원 정도 비용을 내면 딸기 따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한국 딸기와 달리 알이 참 굵고 실하다. 충화의 온난한 기후 덕에 요즘은 튤립을 비롯, 네덜란드산 꽃 재배가 유행이란다. 고부가가치 작물이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겠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즉석에서 만든 따끈한 순두부를 파는 가게에 들렀다. 달달한 간장을 살짝 뿌려 길가에 아무렇게나 앉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랬다. 말린 고기요리도 먹어보곤 싶었지만, 위생상태가 어떨지 고민하다 관뒀다. 돌아오는 길에 충화시장에 들러 아이들이 편하게 입을 옷가지를 좀 샀다. 남대문 시장 물가의 반값 정도 하는 것 같다. 이것저것 골랐는데 5만원이 채 안 됐다.

anigif.gif

▲ 마을투어. 사진제공= 임페리얼 스프링스

다시 차를 타고 호텔에 들어가니 뭐랄까, 궁에서 서민생활 시찰을 다녀온 기분이다. 잠시나마 사극에서나 보던 귀족놀이를 하고 온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다만 아쉬운 건 ‘가격’이다. 가난하지만 순박한 광저우 시골 사람들의 생활을 구석구석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시내투어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그곳까지 나가고 들어오는 차량비가 어마어마하다. 호텔 이용 고객 대부분이 내국인들이라 자가차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호텔에 구비된 차량은 BMW급 공항 환송용이나 의전차량들 뿐이다. 두 명이 귀족놀이를 하는 데 차량비로만 무려 왕복 50만원을 썼다. 참고로 두부는 한 그릇에 500원이었다.

호텔 차량 외엔 없느냐고 물으니 외부차량은 호텔의 격과 맞지 않은 허름한 차량들 뿐이라 호텔에서 직접 불러줄 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소박한 마을 구경에 엄청난 차량비를 지불해야 하니 호텔만 좋은 일 시킨 것 같아 씁쓸했다.

식물과 사람은 나고 자란 토양과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다. 제 아무리 으리으리하고 유명한 시설이라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왜 하필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됐는지에 대한 명분에도 관심이 있다. 더구나 그 시설이 주변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수록 더 빛이 나기 마련이다.

MICE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업무 외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그 시설이 자리잡은 지역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을 해소하길 원한다. 결론적으로 임스엔 지역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투어가 있어 좋았고, 비록 영어는 능숙하지 않지만 현지사정을 잘 아는 버틀러가 동행해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어 더 좋았다. 그 지역사람들이 키운 과일과 야채를 식재료로 활용한다고 이야기하는 주방장의 눈에서도 자부심이 느껴졌다.

LR-L1130965-horz.jpg▲ 마을투어. 사진제공= 임페리얼 스프링스

이처럼 지역 마을공동체와 공생하려는 흔적은 곳곳에서 보이지만, 못지않게 아쉬운 간극들도 눈에 띄었다. 결국 다시 페르소나의 문제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해 온전한 어른이 되는 과정처럼, 중국 광저우 외딴 산골에 세계적인 브랜드도 등에 업지 않고 한 사람의 원대한 비전으로 잉태된 임스가 중국 최고, 세계 최고의 장원으로 성장해 가는 스토리를 듣기 원할 것이다.

현지 주민 우선 채용, 식재료 현지 공수, 마을투어 등 공생과 지속가능 정신을 잘 끌어나가다가도 ‘호텔의 품격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너무 비싼 차량을 사용해야 하는 고객은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마을투어 때도 이곳에서 자란 주민답게 버틀러가 주도적으로 동선도 안내하고 설명도 해주길 바랐는데, 갈림길마다 어디로 갈지 선택을 하라고 되려 묻거나,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그제서야 답을 해주는 식의 다소 형식적인 마을투어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아쉽다. 이런 단절된 서비스의 간극을 메워야 창업자가 지향하는 ‘지속가능’ ‘공생’ 경영이 완성될 것이다.

럭셔리란 특별한 경험의 연속

‘물 흐르듯’이란 말을 좋아한다. 잔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일을 하는데다 생각 많은 A형이라 그런지 예측을 벗어나는 돌발상황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여행업계에 근 17년이나 몸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여행을 갈 때 만큼은 신경을 덜 쓰고 싶어 직접 일정을 짜고 예약을 해야하는 자유여행보단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가이드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식의 여행이 되려 편할 때가 있다.

임스의 경우 시설 자체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부담스러운 규모에 최고의 시설을 갖춘 건 누가봐도 인정할만 하다. 게다가 광저우에서도 외딴 지역에, 중국이 덜 개방되기 전인 30여년 전에 이런 대단한 시설을 들여놓는 배짱 하나는 그 어떤 부자도 하기 어려운 대담한 투자다. 게다가 광저우공항에서 임스까지는 차로 1시간 10분 정도 걸렸는데, 최근 우회 도로가 완공돼 40분만에 닿을 수 있게 됐다.

LR-L1130804.jpg▲ 디테일을 보강한다면 세계 최고의 럭셔리 마이스 목적지가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사진제공= 임페리얼 스프링스

그러나 재차 강조하지만, 일관성 없고 디테일이 떨어지는 럭셔리는 럭셔리가 아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중국식 자본주의’처럼 무심하지만 속 깊은 츤데레적 ‘중국식 럭셔리’ 개념이 생겨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항공법, 보험약관 등 여행에도 국제적으로 지켜지는 표준이 있다. 별점으로 호텔의 등급을 매기는 ‘호텔별 등급결정제도’도 다소 자의적인 면은 있지만 호텔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서비스라고 다르지 않다. 시설 자체보다 손님을 응대하고 보살피는 직원의 태도가 평판을 좌우하는 경우가 태반이니 서비스의 질과 세련미가 시설이 받은 별점의 갯수보다 더 중요하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철학과 원칙, 개성만을 너무 앞세우다 보면 안하무인식 경영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산업만큼은 배려와 상식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한다. 임스는 겉으로 보이는 하드웨어를 치장하느라 여념이 없어 아직까진 속을 단단히 채우지 못한듯 하다. 그림자가 있어야 실체가 정확히 보이는 것처럼, 드러난 면모가 워낙 화려하고 이목을 끌다보니 그림자가 더 짙어 보이는 거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다.

박재아_인도네시아한국지사장.jpg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장

지난 17년간 피지‧사모아‧모리셔스‧인도네시아관광부와 연계해 여행을 주제로 섬 나라를 알리는 일을 해왔다. 2005년부터 13년간 피지관광청 한국지시장을 지냈고, 지금은 남태평양관광기구, 사모아관광청의 한국대표를 겸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