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익‧인재이탈’ 위기의 마이스산업 “꿈 없는 곳, 인재는 등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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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익‧인재이탈’ 위기의 마이스산업 “꿈 없는 곳, 인재는 등돌린다”
  • 김기찬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
  • 승인 2019.01.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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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칼럼

과거 성공 기댄 ‘안락한 방관자’ … 스스로 ‘을’ 전락
하도급 많은 독일車 시장 “벤츠는 을, 보쉬가 갑” 왜?
독일, 강력한 해외영업력 비결은 ‘사활 건 사후서비스’
같은 꿈 꾸는 직원들, 공감‧소통하면서 ‘협업’ 이뤄내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1980년대 현대 경영학의 이론을 바꾼 책이다. 그에 의하면, 위대한 기업들은 ‘기업의 꿈과 직원의 업무를 통합하는 데(shared value)’ 성공했다. 그러면 마이스산업에는 ‘꿈을 가지고 가슴 두근거리며 출근하는 직원’이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마이스산업은 대체로 주말근무와 야근이 잦고 박봉이라 우수인재의 기피현상과 중도이탈이 심각하다. 구조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직원에게 비전과 꿈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산업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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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 한다. 겉보기에 화려한 컨벤션, 외국인과 일상적인 만남, 대학생이 좋아할만한 기획업무도 많다. 그런데 정작 직원들은 황금알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한다. 한국의 경우 마이스산업은 부가가치와 수익성이 모두 낮은 편이다. 왜 그럴까.

영국의 세계적인 전시·컨퍼런스 전문기업인 인포마그룹(Informa Group)의 영업이익율은 20%를 상회한다고 알려졌다. 스마일 커브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전시를 개최할 뿐더러 전시를 개최하는 업무보다 개발기획과 서비스마케팅과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활동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고부가가치활동을 해외 전문업체에게 내어주고는 컨테이너 부스를 팔거나, 전시 참가자들의 호텔 예약과 항공 예약을 관리해주는 단순 대행사에 불과하다. 이런 지적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좀처럼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하도급 관계가 많은 자동차산업에서 독일의 사례는 시사적이다. 부품업체들이 을이 아니라 갑이란 점에서다. 을은 벤츠, BMW와 같은 자동차조립업체다. 보쉬, 컨티넨탈, ZF 등이 대표적이다. 영업이익율도 10%를 훌쩍 상회한다. 보쉬는 세계부품업계 매출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들의 비결은 창업자 로버트 보쉬의 창업정신에 있다. 보쉬는 기술이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기조 아래, 사람을 키우는 교육훈련을 강조했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엔 창업 이래 15% 이상 늘 높은 수익을 올리는 중소기업이 있다. 다른 기업에서도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대기업 마쓰시타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중소기업 ‘미라이공업(未来工業)’이다. 낮은 기술의 전기설비재료 제품으로 창업 이래 경기에 관계없이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는 기업이다. 이 기업 역시 장비가 아닌 사람의 아이디어로 경쟁한다는 창업정신이 살아있다.

Technology‧Trade‧Talent
사람 강하게 길러내는 ‘3T’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3T’ 경쟁력이다. 3T의 첫째는 Technology와 R&D를 통한 신제품을 많이 만드는 기업이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혁신을 해야 하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의 결과로 신제품‧신기술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율이 높다. 보쉬만 보더라도 완성업체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원천기술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은 혁신에 있다. 과거의 성공에 기대어 혁신 없이 안락한 방관자(Comfortable Inaction)에 머물러 있는 기업일수록 ‘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아니, 스스로 을이 되길 자처하는 셈이다. 미국의 장수기업 ‘3M’은 ‘신제품 판매비율’이라는 오직 한 가지의 핵심목표를 가지고 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신제품 판매비율을 40% 이상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3M의 지속가능 성장비율이다.

3T의 두 번째는 ‘Trade’다. 시장에서 ‘팔아낼 수 있는’ 영업과 마케팅력이다. 이들은 특히 신제품의 해외 입찰에서 승률이 높은 기업이다.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유달리 해외 영업에 강하다. 이들은 상품을 해외에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위한 현지 법인을 둔다. 독일 히든챔피언의 해외지사 설치비율은 74.4%에 달한다. 상품을 팔면 반드시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때 서비스가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면 거래는 끊어진다.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에서 거래단절율이 40%를 넘는 이유이다. 대체로 엘리트들은 기획을 좋아하고 영업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획인력이 영업인력보다 많은 기업은 ‘위험한 기업’이다.

3T의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다. ‘Talent’ 즉 사람 경쟁력이다. 이들 기업은 사람을 관리자가 아닌 고수로 키워낸다. 그래서 세월이 흐를수록 고수가 많아진다. 대다수 직원은 나이가 들수록 전문성과 혁신성이 떨어지고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이에 비해 고수를 키워내는 기업은 보통사람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한다.

한 치 앞만 보면 장사꾼, 세 치 앞을 보면 기업가라고 한다. 사람을 키우지 않고선 장수할 수 없다. 장사꾼일수록 지금까지 ‘하던대로’ 더 잘해보자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성(Active Inertia)은 기업의 성공에 저주를 내린다. 이런 회사에선 신상품과 신사업이 안 나온다. 사람 육성에 실패한 탓이다.

business-1477601_640.jpg▲ 장사꾼일수록 지금까지 ‘하던대로’ 더 잘해보자고 한다. 이런 회사에선 신상품과 신사업이 안 나온다. 사람 육성에 실패한 탓이다. 자료사진= 픽사베이

企業 어원, 함께 빵 나눠먹는 ‘꼼빠니아’

기업이란 무엇인가. 영어로 Company다. 그런데 스페인어로는 Compañía다. 이 단어는 중세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com(함께)+pane(빵)+ia(먹는 것)’가 결합된 것이다. 중세시대 군인들이 행군하면서 빵을 함께 먹은 것에서 유래됐다. 결국 기업도 함께 빵을 만들고 나눠먹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사람이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기업은 한자로도 사람 인(人)과 머무를 지(止)가 결합한 기(企), 함께 일하는 모양의 업(業)으로 만들어졌다. 사람이 모여 함께 업을 일으킨다는 속뜻이 있다. 이처럼 기업의 핵심은 사람이고 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 완성된다. 기업은 기술경쟁(외형)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기술이전과 사람경쟁(내면)이란 말이다.

한국의 마이스산업, 미래 전략은 3T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고수로 키워내는 일이다. 사람(직원)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기업가가 필요하다. 특히 사람중심기업가정신(Humane Entrepreneurship)이 절실하다.

인생은 언제 시작되는가. 인생은 꿈을 꾸면서 시작된다(Life begins when start dreaming). 꿈이 없으면 인생은 시작도 못한 것과 같다. 꿈이 없는 공부나 업무는 단순 노동에 불과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각 분야의 대가들은 하나같이 어릴 적 자신의 꿈을 키워주고 격려해준 스승이 있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다른 사람이 모방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꿈-공부’를 연결시킨 결과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꿈–업무’를 연결시키고 통합될수록 직원의 열정은 더 뜨거워지고 업무의 혁신과 성과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피터 드러커가 기업가에게 던진 5가지 질문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에게 5가지 질문을 던졌다. 혹시 기업을 꾸릴 생각이 있거나 이미 운영하고 있다면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 왜 사업을 해야 하는가. 둘째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셋째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넷째 우리의 성과목표는 무엇인가. 다섯째 우리의 실행계획은 무엇인가.

드러커의 5가지 질문은 결국 사업의 미션(mission)으로 귀결된다. 사업의 최종 미션은 기업이 꿈을 만들고 직원들과 함께 꿈을 꾸는 것(dreaming)이고, 업(業)의 개념과 본질을 정의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의 존재 이유다. 최근 오석송 바이오메드 대표는 사람중심기업가정신에 대해 ‘Envisioning the future’ 즉 미래의 꿈을 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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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꿈을 통해 직원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감대(empathy)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자료사진= 픽사베이

 

그렇다면, 똑똑한 회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무엇일까. 직원 간 협업(cooperation)이 안 되는 것이다. 먼저 기업과 직원 간 방향성에 대한 일치(shared value)가 필요하다.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회장은 기업도 ‘토끼와 거북이 싸움’과 다를 바 없다고 빗대 말했다. 토끼는 속도전이고, 거북이는 방향성이라면, 거북이의 방향성이 더 중요하단 말이다.

꿈의 방향이 다르지 않다면 직원은 협업할 수 있다. 기업의 존재이유가 명확해야 협업할 수 있다. 단순히 급여를 많이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꿈을 통해 직원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감대(empathy)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대가 있으면 소통(communication)이 되고, 소통이 되면 협업이 이뤄진다. 기업의 미션과 공감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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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
‘기업 간 관계모형의 개발에 관한 연구’로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플랫폼 분야를 연구하면서 서비스산업, 마이스산업 등으로 연구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다.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2015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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