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大作 보며 요가‧피트니스 ‘땀 뻘뻘’ … 디지털 현대인 눈높이 맞춰 변하는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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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大作 보며 요가‧피트니스 ‘땀 뻘뻘’ … 디지털 현대인 눈높이 맞춰 변하는 미술관
  • 원천보 전시기획자
  • 승인 2018.08.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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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유혹하는 전시 ②요가성지 된 미술관

미국 요가수요 ‘2800만명’ 미술관으로 이끈다
대중욕구 자극해 미술관과 접점 늘리려 ‘실험’
대중과 예술 공유방식 변화 “일탈 아닌 초심”

브루클린뮤지엄.jpg▲ 브루클린뮤지엄이 아디다스와 함께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사진출처= 브루클린뮤지엄 페이스북)


2014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뮤지엄(Brooklyn Museum)은 요가수업을 시작했다. 얼핏 뜬금없어 보이는 요가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지금은 요가 정기수업이 진행되며, 대형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네이밍 스폰서를 하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피츠버그의 달리 미술관(Dali Museum)에서는 매주 일요일 달리 작품의 에너지가 당신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과 함께 요가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의 요가 클래스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진행이 된다.

미술관의 본 고장 유럽에서도 요가 열풍이 이어졌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은 ‘아침커피: 요가(Coffee Morning: Yoga)’라는 요가 세션을 마련했고, 오스트리아 빈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들도 요가에 동참했다.

미술작품-요가 접점 ‘정신적 에너지의 교감’

단발성 이색 이벤트처럼 보였던 미술관의 요가 열풍은 어디서부터 불어오는 것일까. 미술관과 요가의 만남은 마치 운명처럼 예정돼 있었던 것일까. 왜, 태극권이나 발레가 아닌, 굳이 요가인 것인가. 요가가 미술관을 필요로 한 것일까, 아니면 미술관이 요가를 필요로 한 것일까.

이 미술관들은 미술작품과 요가가 모두 ‘정신적 에너지의 교감’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궁합이 잘 맞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을 검증할 수 있을까. 르누아르의 작품 앞에서 요가를 했을 때, 요가 수행 효과가 더 좋아진다는 과학적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 검증할 수 없는 미술관의 요가효과보다는 미술관의 산업적 의도에 대해 사후적인 해석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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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뮤지엄의 요가세션. 요가는 1시간 가량 진행되며 따뜻한 커피가 제공된다. 참가비는 30파운드.(사진출처= V&A뮤지엄 홈페이지)


최근 전 세계 요가 인구는 엄청나다. 미국 2800만명, 한국 200만명 등 생각보다 거대한 시장이 존재하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고소득층의 ‘여성’이다. 이는 미술관이 군침(?)을 흘릴 만한 양질의 고객군이다. 미술관들은 멤버쉽 가입을 전제로 참가비를 할인해 주거나, 입장권과 요가수업 결합상품으로 판매를 하기도 한다. 몇몇 미술관들은 아예 무료로 요가수업을 열어놓기도 한다.

이는 요가 참가자들을 미술관의 고정 관람객이 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장치들이다. 더구나, 요가수업은 개장 전이나, 폐장 후에 개설된다. 미술관에서의 요가수업을 해괴망측하게 여기는 기존의 보수적인 관객들을 방해할 일도 없다. 이 시간대의 참가자들은 기존의 미술관들의 개장 시간을 활용할 수 없는 직장인들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다면 요가수업 참가자들은 새로운 고객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쉽게 말해 공장가동율은 높이면서도, 성향이 다른 고객들이 충돌할 일도 없다.

요가는 매트 한 장만 있으면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부대시설이나 장치가 필요 없다. 요가강사와 은은한 음악만 있으면 미술관의 넓은 로비는 대규모 인원과 운동을 하기에 적당하고, 수많은 거장들의 위대한 작품들은 요가 수행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는 최소한의 명분을 제공한다. 이쯤되면, 적어도 미술과 요가의 사업적 궁합은 ‘환상적’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몸으로 감상”
월 4~5회 피트니스 프로그램 ‘인기 폭발’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뮤지엄 워크아웃(The Museum Workout)’은 또 다른 형태의 미술관 스포츠다. 반짝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두 명의 안무가가 참가자들을 이끌고 미술관을 도는 피트니스 프로그램이다. 단지 미술작품 앞에서 평범한 체조를 하는 게 아니라, 미술작품의 특성을 잡아 운동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매트라이브(MetLive)의 리무어 토머(Limor Tomer)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미술관을 갈 땐 몸이 아닌, 머리만 사용하길 강요 받는다. 중세시대 조각상 앞에서 온몸을 움직이며 운동한 기억이 미술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꿀 것이다.”

-1x-1.jpg▲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뮤지엄 워크아웃(The Museum Workout)’ 중 마지막 코스.(사진출처= 메트로폴리탄뮤지엄 홈페이지)

일부에선 미술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시연 영상(아래 영상 참조)을 보고, 이 이벤트가 유치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미술작품과 안무의 콘셉트를 연결시킨다는 것의 수준이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 X(Madam X)’ 앞에서 다리를 벌려 스쿼트를 하는 식이다. (양팔과 다리를 펴서 스쿼트를 하는 참가자들의 몸이 마치 ‘X’자처럼 보인다) 이 운동의 마지막 코스는 활을 쏘는 다이애나 조각상 앞이다. 참가자들은 조각상이 쏜 활을 맞은 듯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드러눕는다. 마치 한껏 뜨거워진 몸을 식혀줬던 미술관 바닥을 몸으로 기억하라고 암시 하듯이.

운동을 하면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는 효율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예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진 다소 회의적이다. 참가자들이 혹시나 고미술품을 깨뜨리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광경을 연출하는 데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데도 상당한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동과 미술의 조합은 미술보단 운동에 좀더 무게를 두는 듯하다.

미술관은 이색 이벤트들 통해 대중의 욕구를 자극해 접점을 넓히는 데 의도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 의도에는 확실히 부합했다. 한달에 4~5회 정도, 하루에 두 차례 총 8~10번의 세션이 있는 이 프로그램은 예약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 폭발’이라고 한다.

IT콘텐츠 익숙한 젊은층 겨냥한 ‘자구책’

다양한 오락거리들로 미술관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영화‧게임과 같은 화려한 콘텐츠 앞에 미술관의 대중성은 턱없이 부족하다. 젊은 세대들에겐 미술관은 여전히 어렵고, 고루한 곳이라는 이미지까지 겹쳐서 미술관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 같은 미술관의 위기는 작은 사립미술관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미술관까지 사정이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서 사례로 들었던 요가와 피트니스뿐 아니라, DJ 파티, 현대무용, 클래식 음악회 등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이종장르들을 총 동원해 미술관 관객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미 1980~90년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경험했던 미국 미술관들은 이제 권위를 벗어던지고, 기업 마인드로 무장했다. 이런 변화는 미술관을 복잡한 도시에서 사색을 할 수 있는 순결한 오아시스로 생각했던 전통적인 미술관 이용자들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편으론 지난 수백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소통해왔던 예술작품들이 맞닦들인 위기에, 미술관이 현실에 적응한다는 이유로 변질돼야 하는가에 대한 우려는 또 다른 토론거리다. 다만, 산업적 관점에서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저 웅장한 건물들 안에서 박제처럼 잠자고 있는 고귀한 예술적 가치를 화려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은 시대정신에 가까운 절대적인 당위성을 지닌다.

과거 극소수만 향유했던 미술작품이 ‘미술관’을 통해서 대중에게 관람 기회가 제공됐다는 점에서 미술관 본연의 목적은 ‘대중과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이 아닐까. 전시는 그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그 맥락에서 최근 미술관의 다양한 시도는 일탈이 아닌,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간 걸지도 모른다.

원천보.jpg원천보 전시기획자
중앙일보 문화사업팀장(2001~2014)을 지냈고, 현재는 모바일 기반 미디어기업 메이크어스의 이사(2014~)로 있다. ‘퓰리처상 사진展’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중앙미술대전’ 외 다수의 작품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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