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스타트업, 긴 안목으로 ‘스토리’ 엮을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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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스타트업, 긴 안목으로 ‘스토리’ 엮을 사람이 필요하다”
  • 박지연
  • 승인 2020.04.13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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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상민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회장
‘위기의 관광스타트업, 돌파구는?’

관광분야의 예비창업자와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관광벤처사업’ 공모전 접수가 지난 8일 마무리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관광업계의 부담을 나눈다는 취지에서 한국관광공사는 전년보다 협약체결 기한을 앞당기고 선정기업과 지원 규모는 대폭 늘렸다. 지난해 2000만원이었던 평균 지원금은 45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선정 기업도 98개에서 120개로 확대됐다. 지원금을 포함한 관광벤처 발굴‧육성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인 85억원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배상민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장. ⓒ박지연

한국관광공사가 2011년부터 시행해 온 ‘관광벤처공모전’은 가능성 있는 관광기업을 키우는 대표적인 창업지원사업이다. 공사는 공식자료를 통해 “2018년 공모로 선발된 예비창업자 중 97.2%가 실제 창업을 했거나 관광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관광벤처의 5년 차 생존율은 43.7%로 일반 창업기업의 생존율 28.5%보다 15%포인트 높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관광벤처사업으로 766개 기업, 2151명의 고용이 발생했다는 실적도 내놨다.

올해엔 홍보마케팅, 판로개척, 교육, 컨설팅 등을 비롯해 다른 분야에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관광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관광플러스TIPS(Tech Incubator For Startup)’를 시작했다. 자금조달과 민간투자 활성화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렇듯 관광스타트업의 외연은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공사의 지원책이 사업화 자금에만 머물지 않고 교육과 컨설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공모전과 더불어 높아진 관광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와도 무관하지 않다. 기존 여행업이 외부 환경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관광스타트업의 성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관광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배상민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회장은 관광스타트업 또는 관광벤처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여지는 실적에 연연하기 보단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오늘날 관광스타트업은 어떤 현실에 처해있을까. 관광스타트업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는 배상민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회장(사진)을 지난달 12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만났다.

 

인터뷰 일시: 2020년 3월 12일 오후 2시
장소: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8층(서울 중구)
글‧사진 : 박지연 기자(yeon@micepost.co.kr)

Q> 코로나19로 국내외 관광산업의 발이 모두 묶였다. 관광스타트업은 어떤가.

“상황을 묻지 못할 정도로, 어렵긴 마찬가지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취소 처리를 위해 일했다면 지금은 취소 업무도 없다. 더구나 ‘관광벤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벤처와 구조와 체질이 다르다. 다른 산업군에서 벤처라 함은 나름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술자가 있으니 자신들의 고유 아이템이 안 팔려도 외부용역을 따와서 기업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관광벤처는 자기 아이템에서 매출이 없으면 대안이 없다. 그래서 오로지 나라에서 발표하는 고용유지나 지원정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사태로 관광스타트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깊이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Q> 오늘날 관광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꼽는다면.

“관광기업은 수익을 찾는 모델이 비슷하다. 아이템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가장 많은 서비스는 액티비티 플랫폼이다. 처음엔 각기 다른 사업 모델로 출발하는데 사업이 정체될 때마다 옆을 쳐다보면서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면서 하나씩 갖다 붙인다. 나중에 보면 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변별점이 생기지 않는다. 스타트업은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오히려 하나만 잘하는 기업이 생존면에서 나을 수 있다. 대기업은 경쟁사 간 아이템이 겹쳐도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스타트업은 곧바로 부도 위기에 처한다. 이런 얘기는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대표를 만나면서 들은 생생한 이야기다. 또 하나 꼽자면 인력 구성이 탄탄하지 못하단 점이다. 결국 기업은 사람인데 이직률이 너무 높다. 1년도 못 버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임금이 여타 업종에 비해 낮고, 매출 부침이 커 고용 안정성도 떨어진다. 자금 여력이 없으니 전문성 있는 인력을 고용하지 못하고, 인재가 없으니 결과물이 산출되지 않는다. 결과물이 없으니 기업은 정체되고 대표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커진다. 시간이 지나도 노하우는 대표에게만 쌓인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다.”

 

“스타트업 수가 얼마나 늘었냐도 중요하지만 

현재 기업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생존은 했지만 폐업 직전일지도 몰라”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장점은 외부요인에 빠르게 대응, 변화할 수 있다는 점 아닌가. 그간 관광산업 트렌드를 주도해 온 것도 스타트업이었다고 보는데, 그래서일까 정부와 관광업계에서도 관광스타트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 관광벤처 공모에 역대 최대 예산이 투입된다는 사실도 이런 관심을 반영한 결과 아니겠나.

“스타트업들은 자립화 방안을 늘 고민한다. 다만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야 새로운 걸 해볼 수 있지만 문제는 그런 기업이 아주 소수에 불과하단 점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하다. 밖에선 ‘역시 벤처야. 헤쳐나가는구나, 돌파하는구나’ 이런 모습을 기대하는데 정책적인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 기업 내부에서는 속도가 빠르지만 벗어나면 속도가 너무 느려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문제다. 상급기관이 보수적 방식을 고수하면 미스매칭은 더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지원 종류가 많아지고 예산이 늘었다곤 하는데 외부에 알려진 만큼 스타트업이 정책적 도움을 충분히 받고 있는지, 또 내부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소화를 해낼지 의문이다. 기업체 수가 얼마나 늘었냐도 중요하지만, 현재 기업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한다. 생존은 하지만 폐업 직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기업도 실제로 얼마만큼 괜찮은지 알아야 한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이런 고민들이 공유되지 못해 아쉽다. 물론 현실이 이렇다해도 관광스타트업이라면 항상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 선정기업.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복체험컨텐츠 ’한복남‘, 빅데이터 기반 맛집 추천 서비스 ’레드테이블‘, 전통시장 한국어 요리여행 ’오미‘, 제주도 빈집프로젝트 ’다자요‘. 사진출처=관광기업지원센터

Q> ‘새로운 길’ 말처럼 쉽진 않을 텐데,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있나.

“스타트업 간 협업을 꼽을 수 있다. 스타트업은 각자도생이 어렵다. 스타트업 대표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이 기업과 저 기업을 연결하면 시너지 효과도 나고 투자 받기도 수월하겠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비공식적으로 연결을 시도하는데 생각만큼 협업이 쉽진 않다. 스타트업이나 벤처란 이름만 붙었을 뿐 기존의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스타트업도 많다.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올해엔 협회를 매개로 한 두 건이라도 성공사례를 만들려고 한다. M&A까지 포함해 기업 간 협업, 매칭을 도모할 것이다. 문화관광펀드나 주변에 있는 벤처투자자(VC)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모니터링을 요청할 계획이다.”

Q> 최근 VC들이 관광벤처에 투자하길 꺼린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수익성에 리스크(위험성)가 크다고 느껴서인가.

“수익성이 불분명한건 모든 분야의 스타트업이 마찬가지다. 우리 입장에서는 자금력을 가진 VC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지만 투자에 소극적인 VC 입장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양쪽이 모두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 아쉬운 건, 우리나라 VC는 선투자자가 누구냐에 따라 후속투자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손실을 감수할 영역도 좁아진다. 중장기 투자가 어려운 구조다. 기업 입장에서도 VC들이 인정하는 기술, 상품 가능성, 노하우를 증명해줘야 한다. 기업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자료들을 준비하고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VC는 ‘당신 기업은 코어기술이 있습니까, IP(지식재산권) 또는 특허가 있습니까’라고 묻는데 대다수 관광스타트업은 가능성 지표를 제시하지 못한다.”

 

관광스타트업, 기업 간 협업은 필수
“올해 한 건이라도 선례 만들 것”

Q> 관광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아쉬운 점이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우리나라 벤처는 20년 이상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관광벤처는 ‘관광’이란 용어에 ‘벤처’란 말만 붙였다. 그러다 보니 관광벤처를 만들고 운영하고 예산을 짜고 사업을 계획하는 분들이 관광벤처에 대한 이해나 혜안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벤처가 뭔지, 스타트업이 뭔지에 대한 업의 본질에 대한 질문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했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부르듯 관광도 그에 비견된다. 어려울 때마다 단기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속성 있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관광은 정치, 역사, 지리학적 변수 등 여러 상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타 업종과 다른 특수성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의료체계는 신종플루부터 사스, 메르스, 코로나로 오면서 달라지지 않았나. 지원체계가 시스템적으로 돌아가는거다. 관광산업이 탄탄해지려면 스타트업을 키워야 하는 건 자명한데 오로지 예산이 내려가는 것 말고 관광스타트업을 어떻게 1년, 2년 연속적으로 성장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광스타트업의 흐름을 꿰고 있으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스토리를 엮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2018년 서울시와 공동 기획·운영했던 ‘관광스타트업 임직원 아카데미’ 모습. 사진제공=KOTSA

Q> 관광스타트업협회가 설립된 지 3년이 지났다. 설립 초기, 협회의 필요성에 공감한 서울시가 협회 승인을 빠르게 처리했다고 들었다. 그간 어떤 일들을 해왔고 올해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2016~2017년 무렵, 한창 관광벤처, 관광스타트업이 정부 차원의 아젠다로 거론되던 때였다. 그런데 벤처에 대한 이해없이 기존 여행업의 관점에서 스타트업 정책을 입안하는 게 아닌가. 정부나 지자체가 스타트업과 고민을 공유하면 좋겠단 생각에서 협회가 출발했다. 첫 사업은 2018년 서울시와 했던 ‘서울관광인큐베이팅’ 교육이었고, 지난해에는 경상북도와 MOU를 맺고 선도관광벤처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했다. 비정기적이지만 포럼과 데모데이도 열었다. 그간 협회 인지도는 많이 높아졌다. 다만 앞으로는 존재감에서 나아가 회원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협회로 거듭나려 한다. 우선 군소 지회를 두려고 한다. 부산, 전주, 대구, 강릉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얼마 전 지역관광기업지원센터(인천, 대전‧세종, 창원) 3곳이 추가로 발표됐다. 광역시를 거점으로 여타 지자체와 연결하는 일을 협회가 하려고 한다. 부산시(센터)와 서울시(센터)는 직접 만나서 협의 중이다. 올해는 할 일이 많다. 본격적으로 회원사도 늘릴 계획이고 사무국 조직 충원, 임원진 선거도 예정돼 있다. 협회를 문체부 산하로 이관하는 작업을 상반기 내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대정부 소통창구로서 목소리를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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