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 빼곡한 초현실 도시지만… 마이스 아쉬움 채울 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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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빼곡한 초현실 도시지만… 마이스 아쉬움 채울 힘 봤다”
  •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부(MoTCE) 한국지사장
  • 승인 2020.03.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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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아의 비비디바비디부] 화려한 유령도시 아스타나(現 누르술탄) 下
석회암이 자연 풍화돼 만들어진 관광지 ‘버즈라(Bozjyra)’.
석회암이 자연 풍화돼 만들어진 관광지 ‘버즈라(Bozjyra)’.

日 건축가 故 기쇼 구로카와 설계 ‘공생과 신진대사’
‘2050전략’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도시현대화’ 가속
장관·시장 등 주요 기관장 30~40대로 전격 세대교체

중국 일대일로사업 동참, 對한국 교역 증가 추세
“수려한 도시 외관 ‘경쟁력’ 비해 ‘質 성장’ 절실”
고려인 등 ‘한류’ 친숙한국어 배우기 열풍 주목

>>지난호에 이어

실제로 이곳에 와보지 않으면 짐작조차 안 될 실상들이다. 아스타나에 위치한 건물들을 사진으로 보면,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 보인다. 우주적인 건축물들이 호기심을 자극해 전세계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건축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엄청난 재정이 투입됐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세계적 건축가를 불러 모아 돈을 아끼지 않고 과감한 디자인의 건축물을 경쟁하듯 쌓아올리는 데 힘을 쏟은 덕분이다.

도시마다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건축물들이 한두 개 있긴 하지만, 아스타나처럼 자신감 넘치도록 뽐내는 건물들이 밀집된 곳은 드물다. 나뭇가지들이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듯한 형태의 바이테렉 타워(Baiterek Tower), 원형경기장을 보는 듯한 서커스 아스타나(Circus Astana), 라이터처럼 생긴 정부청사(Modern Government Quarter), 연꽃이 피어오르는 모양인 카자흐스탄 국립음악당(Kazakhstan Central Concert Hall) 등 초현실적인 건물들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진출처=소셜백과사전(alchetron.com)
기쇼 구로카와. 사진출처=소셜백과사전(alchetron.com)

아스타나는 일본 건축가 기쇼 구로카와(Kisho Kurokawa, 1934~2007) 작품이다. 아스타나 공식 가이드북 첫 페이지부터 그의 업적과 도시계획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있다. 구로카와는 암스테르담 반고흐뮤지엄, 쿠알라룸푸르공항을 설계했다. 1998년 4월 공모를 통해 그의 도시설계안이 최종 당선됐다.

쿠로카와 설계의 주요 개념은 도시의 ‘공생’과 ‘신진대사’다. 자연과 도시, 과거 도시와 신도시의 공생과 선형 조닝(zoning, 공간을 용도에 따라 기능적으로 배치하는 일) 방식을 채택해 지역의 수요가 발생하면 그에 맞춰 도시 개발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설계자의 의도대로 정부가 주도해 쌓아올린 새로운 건축물과 마을들로 아스타나는 나날이 팽창하고 있다.

마이스로 재도약한 아스타나

각종 공공건축물의 잇따른 건설은 인구 증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현재 약 1118만명에 도달했으며, 연평균 3만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인구가 필요해 보인다. 1999년부터 아스타나의 자존심, 얼굴과도 같은 화려한 건축물들을 전세계에 뽐내기 위해 매년 국제건축박람회를 유치해 건축도시로서 임무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남쪽에 치우친 알마티(옛 수도)보다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개방도시로 잘만 성장하면 주변의 중소도시와 그 밖의 지역에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통합의 중심을 이루는 광역도시(metropolitan)로 역할을 할 수 있을 입지라 실제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균형 발전, 인구 분산을 위한 수도 이전(移轉)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비판도 만만찮다. 예컨대 아스타나 개발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주요 인프라가 이심(Ishim)강 우측에 편중돼 있고, 개발과정에서 도시의 과거를 소비에트의 잔재로 여겨 무분별하게 청산했다는 지적은 대표적이다. 오랜 세월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주거지역이 개발에서 소외돼 ‘불공평한 개발’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아스타나 프레지덴셜 파크.
아스타나 프레지덴셜 파크(Presidential park).
알마티 대통령공원(First President's Park)
알마티 대통령공원(First President's Park)

하지만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2017년 알마티 유니버시아드 동계올림픽과 아스타나 세계박람회(EXPO) 개최 등을 계기로 잦아들었다. 다양한 박람회,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미래도시, 첨단도시, 새로운 에너지 도시 등 별명이 붙어 국제적으로 위상이 올라가기 시작한 아스타나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발 벗고 나서 2030, 2050 국가발전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120여개 민족(2019년 현재 카자흐스탄 인구 1855만명)이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산업부문의 성장을 직접 이끌고 있다. 장관, 시장, 은행장 등 주요 자리에는 30·40대 젊은 인사들로 채워 밀레니얼 세대의 감각에 발맞추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대변인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사임 전에 발표한 ‘2050전략(Kazakhstan 2050 Strategy)’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인구의 62%를 도시화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12월 9일 공식 발표했다. 약 700만명에 달하는 카자흐족 마을의 90%인 3477개 마을의 현대화를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 작업을 위해 1조3000억 텡게(한화 약 3조9000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고려인 11만명 거주
한류 중 ‘한국어’ 인기

중앙아시아의 허브인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실크로드)사업과 연결된 新실크로드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다시 한 번 호재를 만나게 된다. 카자흐스탄 산업자원부는 동서와 남북으로 도로를 연결하는 국가계획인 ‘누를릐 졸(새로운 길)’에 따라 올해부터 2026년까지 일부 도로 정비를 포함해 총연장 1만1700km에 달하는 도로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과 관계도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CIS(독립국가연합)국가 중 한국의 2위 교역국이다. 섬유·화학 기계, 자동차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원유, 합금철 등 자원을 수입하는 구조로 양국 간 교역은 국제유가 변동이나 러시아 경기 등 외부요인에 의해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최근 한국정부는 신북방정책을 통해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북방 경제권과 경제협력을 추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인프라, 기계·전자기기, 소비재 등 부문에서 카자흐스탄의 협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해당 분야에서 양국의 경제협력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대회.
아스타나 남쪽 870km에 위치한 쉼켄트(Shymkent)의 경마경기.
National game Audaryspak (Horseback wrestling)
카자흐스탄 전통놀이 아우다리스파크(Audaryspak, 기마전).
Tien Shan
텐산(天山, Tien Shan)산맥

한 도시의 발전 성과는 인구, 경제규모, 도시의 공간 팽창 등과 같은 양적 성장과 주민들의 삶의 질, 문화생활, 교육 수준 등 도시의 내적 기능을 나타내는 질적 성장으로 나타난다. 1995년 수도로 공포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발전과정을 되짚어 봤을 때, 아스타나의 현재 상태는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을 달성하고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과제는 거대한 하드웨어 안에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 사회복지 서비스 확충, 건강과 교육 서비스 증가, 문화·여가생활 시설 확충, 공평한 시민참여 기회 제공 등 소프트웨어를 채워 넣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한국이 참여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카자흐스탄에는 지금도 11만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자연히 한류는 카자흐스탄 문화의 일부가 됐다. 한류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분야는 바로 ‘한국어 배우기’다. 카자흐스탄 초·중·고교 20여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알파라비 카자흐스탄국립대, 국제관계·세계언어대학 등에서 학생 700여명이 한국어를 전공 또는 복수전공으로 배운다. 알마티 한국교육원에는 연간 2500명 이상의 카자흐스탄 학생과 일반인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등록하고 있으나, 교실이 부족해 신청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국유학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매년 알마티 한국교육원에서 개최되는 유학박람회에는 많은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이 방문해 한국유학 정보를 얻고 있으며, 현재 약 1000명의 카자흐스탄 학생이 한국 대학에서 유학하고 있다. 건강검진 등 의료 관광차 한국을 찾는 카자흐스탄인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을 찾은 카자흐스탄 환자는 1만2566명을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 환자 중 6위이자 중앙아시아 환자 수의 75.6%에 해당한다.

‘이벤트·서비스’ 개선 시급해

아스타나의 초대형 몰인 메가 카자흐스탄(MEGA Kazakhstan)에 ‘한국의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어 따라가 봤다. 한국산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2층 가장 좋은 목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입점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중산층 이상이 구매하는 제품들의 고급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현지에서 부딪혀보니 마이스산업의 시선에서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점들이 크게 다가왔다. 2018년 878만명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고, 최근 4년간 방문자는 200만명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세계 관광전문가들을 불러모아 놓고 주최측에서 기획한 일일 시티투어, 공연, 저녁 만찬은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오전 9시에 집결시켜 놓고, 투어는 11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오후 1시까지 2017 아스타나엑스포 전시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몇 개의 건축물을 버스를 탄 채 구경하는 일정이 전부였다. 건축물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고, 인원이 많다 보니 지체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알마티 설경.
알마티 차린협곡(Sharyn Canyon).
알마티 차린협곡(Sharyn Canyon).
아스타나 유목민축제.
아스타나 유목민축제.

반면 놀라우리만큼 웅장하고 초현실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박물관 내부에는 엑스포 운영 당시 시연한 다양한 영상들과 전시물들이 아직도 관리가 잘되고 있어 에너지 분야에는 문외한이지만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렇게 훌륭한 건축물과 인프라에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전시, 교육, 이벤트가 기획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은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독재자이긴 하지만 한 사람의 야망과 염원이 이뤄낸 비현실적인 성과에 대해 토론하며 풍성한 일정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아쉬움도 컸지만, 그 아쉬움을 채울 힘이 누군가에게, 특히 우리에게 있음을 발견했다. 마이스 콘텐츠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5년 후 다시 아스타나를 방문할 것이다. 이 기간, 카자흐스탄에 불어들 훈풍을 기대해 본다.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부(MoTCE) 한국지사장
지난 17년간 피지‧사모아‧모리셔스‧인도네시아관광부와 연계해 여행을 주제로 섬 나라를 알리는 일을 해왔다. 2005년부터 13년간 피지관광청 한국지시장을 지냈고, 지금은 남태평양관광기구, 사모아관광청의 한국대표를 겸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자흐스탄관광부(Kazakh Tou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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