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도 잊히지 않는 매력,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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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도 잊히지 않는 매력, ‘그곳’에 가고 싶다
  • 유세준 수원컨벤션센터 마이스본부장
  • 승인 2020.03.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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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준의 MICE SUCCESS] 획기적인 기획으로 돋보였던 유니크베뉴
독일 뮌헨 노이슈반슈타인 城
독일 뮌헨 노이슈반슈타인 城, 흥미로운 베뉴(interesting venue)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니크베뉴는 역사적 유적지, 성(城), 미술관, 아트갤러리 등이다. 

최근 마이스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유니크베뉴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에도 이런 흐름과 선호가 있었지만 유니크베뉴라는 용어로 정립되지 않고 개념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마이스도 관광의 일부이고 기본적으로 관광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남”이라고 정의돼 있다. 호기심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로 새로운 경험과 낯선 문화에 대한 체험은 마케팅측면에서도 유용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고정된 장소? NO! 달리보면 달리 보인다
A~Z까지, 크루즈서 열린 SKAL 뉴욕총회

2013년 뉴욕에서 SKAL 총회가 열렸다. SKAL은 스칸디나비아 고유어로 장수, 행복, 우정, 건강을 의미한다. 유엔산하 세계관광기구 WTO 산협력단체로 전세계 90여개국 700여개 지부에 항공, 호텔, 마이스, 여행업계 종사자와 관광전문가 2만2000여명으로 구성된 민간기구다. 지난 1934년에 설립돼 스페인에 본부를 두고 있다.

뉴욕총회당시 뉴욕지사장으로서 2013년 스칼 총회에 참석했다. 7박 8일간의 뉴욕총회는 육지가 아닌 선상에서 개최됐다. 세계적인 크루즈 ‘카니발글로리호’가 뉴욕맨하탄 크루즈터미널을 출항해 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귀환하는 일정이었다. 개막식, 분과회의, 미니트레이드쇼, B2B 상담과 페막식이 모두 선상에서 개최됐고 기항지인 보스톤, 할리팩스, 세인트존스에서는 투어가 이루어졌다. 한두 개 행사가 크루즈에서 열린 것이 아니라 회의 전체를 크루즈에서 개최해 유니크베뉴를 넘어 개최장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물론 크루즈가 전문 회의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공간 활용에 미흡함은 있었지만 신선하고 참신한 발상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유니크베뉴다.

아쉬운 점은 2012년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스칼총회 한국참석자가 한 잡지사 대표와 필자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총회를 유치하기 전까지는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개최 후에는 무관심모드로 돌변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과 달빛
압도적인 광경에 시공간도 잊어

1992년 9월 이집트 카이로, ASTA(American Society of Travel Agents, 미주여행업자협회) 연차총회가 열렸다. 미국 시카고지사 근무를 마치고 한국관광공사 국제협력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차기 ASTA총회나 관련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당시 한국관광공사사장, 국제협력부장을 모시고 현지로 날아갔다. 뉴욕지사장(ASTA관할), 파리지사장(지역관할), 프랑크푸르트부장(행사지원) 등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는 간부들도 현지에서 합류했다. 우리는 차기 ASTA총회 유치를 위해 총회기간 중 카이로 중심부에 호텔을 빌려 호스피탈리티 스위트(Hospitality Suite)을 운영했다. 아침 일찍부터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고, 늦게까지 업무가 이어지다 보니 총회 종료 시점에는 피로가 극에 달했다. 그런데 이 피로를 Fairwell Dinner가 단번에 날려버렸다.

행사 마지막날 대표단 5000여명을 태운 100여대의 버스는 대형 호텔이나 컨벤션센터가 아닌 카이로 외곽의 사막지대로 향하고 있었다. 일행이 하차한 곳은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사막지대였다. 처음 본 피라미드는 생각보다 엄청난 크기였다. 저녁해는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고 달은 만월이었다. 교교히 흐르는 달빛 아래 500여개의 카펫 위에 우리로 치면 교자상이 펼쳐졌다. 행사인원이 워낙 많아 10개 호텔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만찬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규모와 위용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유니크베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이후 수많은 회의와 행사을 다니면서도 이곳을 넘어서는 장소는 보지 못했다. 내 생애 최고의 유니크베뉴였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 도심지에서 남서쪽으로 13km정도 떨어진 기자(Giza) 사막고원에 자리한 스핑크스.
이집트 수도 카이로 도심지에서 남서쪽으로 13km정도 떨어진 기자(Giza) 사막고원에 자리한 스핑크스.

세계 각국은 매력 만들기에 고심
글로벌하되, 지역 색 놓치지 말아야

비즈니스 트래블 매니지먼트社인 칼슨 와곤릿 트래블(Carlson Wagonlit Travel, CWT)이 발표한 ‘2018 Meeting & Events Trends’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국제회의 개최지 트렌드와 관련해 참가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주고 기억에 남을만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흥미로운 베뉴(interesting venue)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니크베뉴는 역사적 유적지, 성(城), 미술관, 아트갤러리 등이다. CWT가 뽑은 ‘2017 글로벌 10대 유니크 베뉴’에는 싱가포르 가든 바이 더 베이(Garden by the Bay), 영국 솔렌트 포트(Solent’s Fort Portsmouth), 이탈리아 몬테비안코 스카이웨이(Monte Bianco Skyway), 미국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어토리움(Exploratorium) 등이 포함됐다.

세계 마이스업계는 개최지의 매력도가 마이스유치의 관건으로 보고 다양한 공간을 개방,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각 지역에서 선정한 유니크베뉴 중 대표 시설을 별도로 ‘코리아유니크베뉴’로 지정해 해외홍보 시 중요컨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컨벤션뷰로는 유니크베뉴 활용 시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원해 유니크베뉴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런던, 시드니, 브뤼셀 등은 유니크베뉴협회을 설립해 도시마케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시간이 쌓아올린 유니크베뉴의 가치 되짚어야

지난 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호텔사회 Hotel Express 284’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이곳은 일제시대 경성의 중앙역이자 옛 서울역이었던 곳이다. 이번 전시는 호텔 로비, 라운지, 객실, 수영장 등 호텔 속 상징적 공간에 기능적 속성을 교차시키며 여행·여가·유흥·식문화 등 다방면에서 서구의 새로운 문화 도입과 확산 과정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호텔 284’에 입장하는 체크인부터 시작해 호텔의 기능과 역할을 재해석한 공간들을 통과하며 호텔만이 가진 고유한 문화들을 살펴보고 체크아웃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호텔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아카이브는 물론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들며 먹고, 마시고, 즐기고, 잠드는 융합의 장소로써 유니크베뉴의 전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KTX 도입 등 철도문화의 격변에도 서울역 역사건물을 허물지 않고 보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화역서울284'는 구 서울역사의 원형을 복원해 2011년 재탄생한 문화공간이다. 남대문정차장, 경성역,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100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문화역서울284'는 구 서울역사의 원형을 복원해 2011년 재탄생했다. 남대문정차장, 경성역,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100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역사적 공간이다.

그런 면에서 종로 뒷골목인 피맛골은 반성과 교훈을 주는 공간이다. 조선시대 운종가라 불리던 현재의 종로거리는 양반이나 관리들이 다니던 길이었고, 그 뒷골목(이면도로)은 평민들이 다니던 거리였다. 좁고 허름한 이 길을 따라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음식점, 주점, 상가 등 다양한 공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남아 있었다면 스토리텔링도 되고 관광객도 유인할 수 있는 훌륭한 유니크베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추억과 기억속에서만 존재하는 공간이다. 보존과 개발이 특정 분야의 문제이기만 할까. 우리 마이스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영역이다.

 

유세준 수원컨벤션센터 마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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