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에 60만명 몰고온 ‘시오타 치하루 展’ 부산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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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만에 60만명 몰고온 ‘시오타 치하루 展’ 부산 상륙
  • 최성욱
  • 승인 2019.12.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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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17일부터 내년 4월까지…
日 모리미술관 공동주최
불확실한 여정(Uncertain Journey). 실이 엉키고 엮이며 끊어지고 풀린다. 실들은 인간 관계를 표현하듯 계속해서 내 마음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작가노트)  2016/2019, 메탈 프레임, 붉은색 울(wool), 블래인|사우스던, 런던/베를린/뉴욕 사진제공·설명=부산시
불확실한 여정(Uncertain Journey). 실이 엉키고 엮이며 끊어지고 풀린다. 실들은 인간 관계를 표현하듯 계속해서 내 마음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작가노트) 2016/2019, 메탈 프레임, 붉은색 울(wool), 블래인|사우스던, 런던/베를린/뉴욕. 사진제공·설명=부산시립미술관

베를린 주무대로 국제명성 얻은 현대미술가
“개인의 존재 성찰, 새 관계성 되새길 기회”
조각·사진·드로잉 등 25년 작품세계 총망라
얽힌 실타래, 불확실성 표현 ‘불안 맞선 내면’
딜레마 속 존재 의미 찾아가는 즐거운 여행

4개월만에 관람객 60만명을 돌파한 뜨거운 전시 ‘시오타 치하루: 영혼의 떨림展’이 부산을 찾아왔다.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기혜경)은 17일부터 내년 4월 19일까지 ‘시오타 치하루: 영혼의 떨림展’을 개최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시오타 치하루(塩田 千春, 1972~)는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부산 출신의 배우자와 함께 현재 베를린을 주무대로 활동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현대 미술가로, 한국에서 대규모 전시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혼의 떨림전은 일본 도쿄의 모리미술관에서 지난 6월부터 4개월여 올려 관람객 60만명을 넘어선 말 그대로 ‘뜨거운 전시’다. 이번 한국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단절된 상황 속에서 관계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오타 치하루 기획전은 개인의 존재에 관한 성찰과 새로운 관계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년기 가족의 묘에서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두 번의 암 투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체험한 슬픔의 정서와 트라우마 등 작가의 고뇌를 작품에 담았다. 자칫 어두움이 전시장 분위기를 무겁게 누르는 듯 보이지만 작가는 ‘죽음을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해석하고 있어 인간 심연의 딜레마를 깊이있게 접근했다는 평가다.

시오타 치하루의 1990년대 작품부터 신작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개의 대형설치작업을 중심으로 조각, 사진, 드로잉, 퍼포먼스 기록영상과 아카이브 자료 등 작가의 25년사를 엿볼 수 있는 작품 110여 점을 내걸었다. 전시의 부제인 ‘영혼의 떨림’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작가는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의해 떨리고 있는 마음의 움직임을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유년기 가족의 묘에서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두 번의 암 투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체험한 슬픔의 정서와 트라우마 등 작가의 고뇌를 작품에 담았다. 자칫 어두움이 전시장 분위기를 무겁게 누르는 듯 보이지만 작가는 ‘죽음을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해석하고 있어 인간 심연의 딜레마를 깊이있게 접근했다는 평가다. 이렇듯 작가는 개인적인 삶의 체험을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고 아이덴티티(identity), 경계, 존재라는 보편적인 개념을 묻는다.

혈관 형상화한 검·붉은색 실과 오브제 ‘압권’

2000년대 들어 그의 작품세계는 보다 선명해졌다. 검은 실과 창틀 등을 활용한 대형 설치작업은 대표적이다. 독창적인 조형세계, 이를 테면 공간 전체에 빨간색 또는 검은색의 실을 엮어 인간의 혈관을 형상화 하는데 거미줄처럼 펼쳐진 설치작품은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내부-외부(Inside – Outside).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베를린은 매일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지금까지도 계속 변화해 왔다. 베를린의 공사장에서 떼어낸 유리창을 바라보며, 동독과 서독의 28년간 단절과, 같은 국민 정체성과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삶, 베를린에서의 삶에 대한 인식, 그들의 마음 속을 생각해 보았다.(작가노트) 2008/2019, 오래된 나무 창문, 켄지 타키 갤러리, 나고야/도쿄사진제공·설명=부산시
내부-외부(Inside – Outside).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베를린은 매일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지금까지도 계속 변화해 왔다. 베를린의 공사장에서 떼어낸 유리창을 바라보며, 동독과 서독의 28년간 단절과, 같은 국민 정체성과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삶, 베를린에서의 삶에 대한 인식, 그들의 마음 속을 생각해 보았다.(작가노트) 2008/2019, 오래된 나무 창문, 켄지 타키 갤러리, 나고야/도쿄. 사진제공·설명=부산시립미술관

최근 시오타 치하루는 실과 오브제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을 비롯해 조각, 사진, 드로잉, 영상,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영혼에 대한 의문, 헤아릴 수 없는 불안과 공포, 설명하기 어려운 자신의 존재 등을 작품으로 형상화해 불확실성에 맞서고 있는 내면의 상태를 표현한다. 관람객에겐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검은색과 붉은색을 이용한 작품들이 주목된다. 그의 대표작 ‘불확실한 여정(Uncertain Journey)’은 뼈대로만 구성된 배에서 폭발하듯 붉은 실들이 솟구치며 천정과 벽면 등 전시 공간 전체를 가득 메운다. 규칙이 보이지 않는 실들의 얽힘이 다소 부산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에 들어서면 고요함과 정적이 흐른다. 배의 오브제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난민, 이민과 망명 등의 위기를 연상시킨다. 승선의 목적은 뚜렷하지만 항해의 불확실성을 실로 표현하고 배는 희망으로 향하는 긍정의 상징이다.

관람료는 5000원(학생·군인 3000원)이며 미취학 아동과 만 65세 이상은 무료다.

최성욱 기자 one@mice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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