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익숙한 시선... 조선손님 따라 팔도 유람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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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익숙한 시선... 조선손님 따라 팔도 유람 떠나볼까?
  • 박지연
  • 승인 2019.10.2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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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EIW] 박석경 마루창작소 대표

과거.

1812년 조선 순조 12년. 인품은 뛰어나나 매번 과거시험에 떨어지는 김산이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김산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다 그를 따르던 개, 고양이와 함께 세상을 떠난다. 염라대왕 ‘현’은 가문의 한계로 정계에 나아갈 수 없었던 그를 200년 후로 보내 세상을 둘러보는 일을 맡긴다. 이름하여 관광차사(觀光差使). 본디 관광(觀光)은 황새가 공중을 날면서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뜻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것을 뜻했으나 오늘날에는 풍경이나 문물을 유람하는 것을 말한다. 매번 시험에 떨어지는 그가 환생해 다른 의미의 관광을 시작한 셈이다. 개와 고양이도 인간으로 환생해 김산과 함께 유람한다. 조선에서 온 ‘손님’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조선에서 타임슬립해 온 3인방이 이방인인 듯 이방인이 아닌 시선으로 대한민국 곳곳을 둘러본다는 컨셉의 웹툰 <조선손님유람기>. 현재 <조선손님유람기>는 코믹관광웹툰이란 타이틀을 걸고 한국관광공사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연재 중이다. ’

<조선손님유람기>캐릭터. 왼쪽부터 저승차사 진명, 황구(개), 김산(선비), 냥이(고양이), 염라대왕 현. 자료제공=마루창작소

관광정보라는 말에 불현듯 학습만화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만 잠시 판단을 멈추고 일단 클릭. 어느새 전편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 페이지를 열기까지의 과정이 어떠하든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게 웹툰의 속성일까. 박석경 마루창작소 대표는 “그게 ‘스토리의 힘’이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야기를 떠받치고 있는 세 캐릭터 김산(선비), 황구(개), 냥이(고양이)는 20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왔지만 오늘날에도 전혀 여색하지 않은 말투와 차림을 하고 있다. 머리에는 갓을 쓰고 와이셔츠를 입은 김산, 생활한복에 댕기머리를 한 냥이, 머리에 패랭이를 쓴 몸짱 캐릭터 황구. 이들이 복합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는 이유는 오늘날 대한민국 관광이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모습을 갖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은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한 곳이어서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낯섦을, 외국인에게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재밌는 것들을 소개할 수 있다.    

관광을 주제로 하다보니 아무래도 주요 고객은 관공서와 지자체다. 담당자와 무엇을 담을지 논의하다 보면 정보와 재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할 때가 많다.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콘텐츠는 언제나 독자 편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칫 정보가 늘다보면 재미는 반감돼 누구도 보지 않는 콘텐츠가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관광웹툰이라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스토리의 개연성 때문에 판타지, SF, 로맨스 등 일반 웹툰과 관광웹툰을 비교할 순 없다.” 한계는 분명하지만 이야기 비중을 높여 웹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첫 시도는 지역축제를 소개하는 웹툰 ‘잔치손님’이었다. 왜 하필 지역축제였을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닌 게 시작이었다. “축제에 가면 그 지역에서 자랑할만한 것은 다 갖다 놓더라. 흥겹고 풍요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생각보다 축제가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너무 모르니까 이걸 좀 알릴 수 없을까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열리는 행사는 약 1300개. 작은 동,읍 규모의 행사까지 합치면 만개가 넘는다. 서울지역 스탬프 투어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관광상품이 있는지 헤어리기도 어렵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올라온 축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00개 이상의 축제가 열린다. 사진=대한민국 구석구석

축제를 제대로 알려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소재를 축제에 한정짓다 보니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겼다. 이벤트 성격을 갖는 축제는 홍보비 예산이 크지 않고, 무엇보다 축제를 흥행시키는 데는 유명 가수를 부르는 게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은 받았으나 지속하긴 어려웠다. “젊은 창업가가 우리나라 축제를 알리려고 노력하네, 대견하다, 이 정도였을 뿐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박 대표는 그때를 되짚었다.

지속성과 확장성을 고민한 끝에 범위를 축제에서 ‘관광’으로 넓히자 기회가 보였다. 축제와 같은 지역행사를 포함해 관광지, 특산물, 먹거리, 제도, 서비스, 지역 캐릭터 등 다양한 것들을 다뤘다. 점차 포트폴리오가 쌓였고 관광을 다루는 전문 웹툰으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관광콘텐츠에만 집중한다.

웹툰 한 편에 큰 변화 생기진 않지만

 넘쳐나는 관광상품과 서비스 

알리는 길잡이 역할 

2015년부터 국내 관광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어 온 마루창작소는 2018년 관광벤처기업(문체부)에 선정됐다. 지난 8월에는 ‘제7회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매체 특성상 당장 눈에 띄는 홍보 효과를 입증하기란 쉽지않다. 

간혹 지나치게 큰 기대를 품은 고객을 만나면 박 대표는 “웹툰 한 편으로 엄청난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고 분명히 말한다. 다만 웹툰은 사람들로 하여금 시선을 사로잡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그 관심을 바탕으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남대문 시장에 가면 좌판에서 골라 골라 하지 않나. 그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무리 좋은 정보가 있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국내 관광 이슈와 상품은 어마어마하다. 정보는 생산만큼 알려지는 게 중요한데 이 역할을 웹툰이 하는 거다.”

조선손님유람기 20편 <전남 곡성편> 웹툰 컷. 자료제공=마루창작소

관광정보를 다루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조선손님유람기 <전남 곡성군> 편은 동명의 영화 <곡성>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 흥행으로 해당 지역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곡성하면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럽고 음침한 곳으로 인식되기 마련인데, 호기심이 발동한 조선손님 3인방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직접 곡성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이유는 <조선손님유람기>의 주 소비층인 20~40대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많은 세대를 대상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선 때론 정보의 양보다 특정한 이미지를 남기는 게 더 중요하다. 때문에 스토리는 가볍고 코믹하게, 텍스트는 가능한 최소화한다. 웹툰에서 전달하지 못한 정보는 사진이나 링크로 보완한다. 

사랑 이야긴 줄 알았는데 관광웹툰이라고?
외국어버전 ‘코리아프랜즈’도 꾸준히 성장

전시도 축제의 일종마이스 진출도 가능

<울산큰애기>단행본 표지.

<조선손님유람기>가 20~25컷 내외의 규격화된 형식 안에 이야기와 정보를 담는다면, 자유로운 형식의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올해의 관광도시 선정을 기념해 울산 중구청과 함께 만든 <울산큰애기>가 대표적이다.

기존 지역 캐릭터를 활용한 장편 <울산큰애기>는 20대의 젊고 발랄한 아가씨이자 중구청 문화관광과에서 일하는 큰애기가 훈남 삼돌이와 중구를 여행하며 사랑을 키워간다는 이야기다. 겉은 도도해 보이지만 엉뚱하고 따뜻한 이 여성을 더욱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주제는 ‘사랑’이다. 관광이라는 소재를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시도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이었다.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엮었고 굿즈와 이모티콘도 만들었다. 드라마로도 제작돼 곧 방영을 앞두고 있다.  

한편 캐릭터를 확장하는 실험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조선손님유람기> 외국어버전 <Korean Friends>는 SNS를 통해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알려주고 싶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이방인들이 궁금해 하는 대한민국을 소개하는 데 방점을 둔다. 비오는 날 파전을 먹는 한국인, 한국의 미신, 사찰에 물고기(풍경)을 매달아 놓은 이유, 대한민국에서 '오빠'가 갖는 의미 등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로 외국인의 시선을 끌고있다.  

아직 시도하진 않았지만 마이스산업과 연결은 언제든 가능하다. 박 대표는 “최근 전시는 페어(Fair)라는 용어 대신 페스티벌, 축제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시도 축제의 일종이라고 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선손님유람기>는 현재 대한민국 구석구석과 코리아투어코믹스 홈페이지에서 연재되고 있다. 자료제공=마루창작소

콘텐츠 스타트업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콘텐츠 기업은 초기 흥행을 보증할 수 없어 투자를 받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제품이나 기술처럼 확장성을 담보한 것이 아니어서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하지만 한번 맥이 터지면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게 콘텐츠 분야이기도 하다. 뽀로로나 핑크퐁처럼 말이다. 

최근엔 오프라인 판매를 통한 홍보에도 힘쓰고 있다. 얼마 전 시작한 크라우트 펀딩은 초기에 펀딩 목표를 달성해 곧 굿즈 제작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언젠가 사람들이 <조선손님유람기> 캐릭터만 보고도 관광 얘기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괜찮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다보면 언젠가 인정 받는 날이 올 것”이라며 담담하게 의지를 표했다. 

박지연 기자 yeon@mice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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