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행사 못가서 미안해’ 속으로 우는 MICE의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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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행사 못가서 미안해’ 속으로 우는 MICE의 엄마들
  • 정정숙 광주관광컨벤션뷰로 컨벤션마케팅팀장
  • 승인 2019.09.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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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E ESSAY
결혼, 육아, 출산, 자녀교육… 마이스는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사진출처=픽사베이
결혼, 육아, 출산, 자녀교육… 마이스는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사진출처=픽사베이

 

광주뷰로, 여직원 비율 80% 육박 하지만
밤낮없는 업무로 결혼·출산 미루는 직원들
“결혼해서 아이 낳아” 환영받지 못할 조언

얼마 전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다 나눈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일본과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은 경제규모를 키우고 외부 의존도도 낮추며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습니다. 원천 기술 육성, 수출·수입국 다변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강소기업 육성과 같은 화두 말이죠. 거국적인 담론들을 주고받으며 시작한 대화는 인구 증대 필요성까지 뻗어나가기도 했습니다. 갈수록 생산인구는 줄고 노년인구가 느는 이른바 ‘고령화 가속기’를 달리는 한국이 출산장려 등 새로운 정책을 통해 속도 조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나의 노년자금(연금)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출산을 장려해 생산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미혼인 직원들에겐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별로 환영받지 못할 말도 했죠. 물론 젊은 직원들은 저완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이나 출산은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

“(결혼과 출산은) 아주 먼 나라 이야기다.”

“결혼을 생각한 적은 있지만, 자녀출산은 생각해 본 적 없다.”

광주관광컨벤션뷰로 직원의 여성 비율은 약 80%에 달합니다. 그중 아주 일부만 결혼해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결혼적령기(?)에 속해 있습니다만, 결혼이나 자녀에 대한 생각, 고민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비단 광주만의 상황은 아닐 겁니다. 마이스산업 현장은 여성 비율이 높고 여성뿐 아니라 결혼적령기를 넘긴 청춘들도 많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신중하지 못한 결혼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연애만 하고 사는 게 서로에게 좋다.”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듯, 자녀를 갖는 것도 선택이다.”

“아이가 있어 즐거움도 있겠지만, 내 삶을 즐길 수 없을 것 같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모두 합당한 이유로 들립니다. 육아휴직제도가 차츰 안정화돼 가고 있는 시점이긴 합니다만, 현재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자녀 둘을 둔 엄마로서 “육아휴직 보장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사회가 너무 ‘슈퍼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특히 마이스산업은 행사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잔업을 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출장을 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업무가 마이스산업 업무의 90%는 될듯 합니다. 마이스산업을 떠날 게 아니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지요.

부모의 참여가 대폭 늘어난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산업현장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부모의 참여가 대폭 늘어난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산업현장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불가피한 출장과 야간근무의 연속
‘나도 옛날사람, 치맛바람 싫지만

지난달 국제회의 유치업무를 보러 런던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5박 7일의 출장 기간, 그것도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한창일 때 다녀온 출장이었습니다. 올해만 이미 해외출장을 세 번 다녀왔습니다. 물론 제가 모든 출장에 동행하는 건 아닙니다. 직원들은 출장을 더 자주 다니고 있죠.

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유치원 졸업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모두 ‘어쩔 수 없는’ 출장이 겹쳐서입니다. 발표회, 오픈수업, 학부모 총회, 학부모 자원봉사회, 체육대회 등 요즘 초등학생 부모는 문턱이 닳도록 학교를 오가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학교행사에 참석한 건 두 아이를 합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유치원 졸업식이 무슨 대수냐’ ‘아이들 학교행사가 중요하냐’라고 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요즘 교육환경은 예전과 많이 다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치맛바람이나 일으키는 분들이 학교를 찾아다닌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런 공식행사 자리에서 부모님들끼리 친목을 도모해야 아이들의 교우관계도 원활하다고 합니다. 물론 열심히 찾아다니지 못했어도 다행히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하는 엄마로, 아이들의 아침과 저녁을 챙겨주지 못하고 며칠씩 집을 비우는 출장이 빈번한 것에 아이들은 ‘엄마 결핍’을, 그리고 엄마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습니다. 유치원 방학기간에 우리 아이들만 등원했던 적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1~2주 방학기간을 어디에서 보내는 건지. (우리 아이들 돌보러 출근해야 하는) 선생님께도 죄송스럽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육아휴직’ 능사 아냐인력충원 수면 위로
분위기 확바뀐 초중등교육, 부모 참여 늘어
자녀는 ‘엄마 결핍’ 부모는 ‘미안한 마음’만

저는 시댁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시부모님과 아가씨 그리고 저보다 조금은 시간이 자유로운 아이들 아빠가 병원부터 학교의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열이 올라 급하게 병원을 가야할 경우 가장 먼저 연락이 가는 쪽은 우리 아가씨입니다. 정작 본인의 아이는 친정어머니(제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우리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 진료 받고 약도 챙기고 말입니다. 준비물도 제가 준비한 것보다 아가씨나 애들 아빠가 준비할 때가 훨씬 많을 정도입니다. 아들의 유치원 졸업식에는 페이스톡을 통해 참여했고 딸의 졸업식은 그나마 시차가 맞지 않아 사진과 촬영된 영상으로 대신했습니다.

저처럼 시댁 혹은 친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아주 편한 겁니다. 제 주변만 봐도 급하게 도움 청할 곳이 없어 업무 도중 연락을 받고 뛰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연락을 받고 나가는 것도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관내 출장일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해 보육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만들면, 우수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출처=픽사베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해 보육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만들면, 우수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출처=픽사베이

“언제까지 친인척에 육아 의지할 순 없어”
결혼·출산·육아 해결해야 우수인재도 올 것

일과 육아의 병행이 이렇게 어렵다보니 청년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갖고 싶지 않은 게 그리 의아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일하는 엄마가 ‘슈퍼맘’이 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청춘들이 ‘워라벨(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즐기면서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마이스산업이 될 방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저처럼 육아를 대신해줄 친인척이 있는 경우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언제까지 친인척에게만 의지할 수 있을까요.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육아를 하는 저조차 훗날 손주들을 키워달라는 요청에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품앗이 문화’처럼 마을·지역 단위 공동육아(육아나눔)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이 운영돼야 합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같은 시스템이 아닙니다. ‘난 육아해야 하니 결혼하지 않은 젊은 직원 혹은 자녀 없는 사람만 출장을 가라’고 할 순 없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정해진 시간에 잔업 없이 정시에 퇴근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출장까지야 우리가 선택한 일이 그러니 어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직장여성의 미래가 육아를 위해 일을 포기하는 경력단절 엄마가 되거나 일과 육아를 완벽하게 하는 슈퍼맘 양자택일이 아니라,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도록 ‘어쩔 수 없는’ 잔업부터 해결돼야 합니다. 물론 마이스산업엔 영세한 소기업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정책에 맡기든 양심적 사업주에 맡기든,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을 마련하는 ‘워라벨’을 이룰 수 있게 대안을 내놔야 합니다.

정정숙 광주관광컨벤션뷰로 컨벤션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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