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불어오는 K-medicine 돌풍... 그들은 왜 한국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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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불어오는 K-medicine 돌풍... 그들은 왜 한국을 선택했나
  • 박지연
  • 승인 2019.08.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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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 충정로 레지던스호텔서 만난 중동 의료관광객들
서울 한 레지던스 호텔 로비에 중동인 관광객들이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서울 한 레지던스호텔 로비에 중동인 관광객들이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가족동반입국, 평균 2300만원 쓰고간 중동인들
일주일~3개월, 치료경과 따라 1년여까지 체류
서울 중심가 레지던스호텔 머물며 쇼핑·관광도

지난 7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레지던스 호텔. 히잡을 두른 관광객들이 밴에서 내려 로비로 들어서고 있었다. 수속이 마무리 되기 전, 또 한 무리의 중동인 관광객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로비로 들어섰다. 평일 낮 서울 도심 호텔에서 가족 단위 중동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이태원이나 명동이 아닌 지역에 중동계 가족 단위 관광객이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충정로 일대에선 히잡을 비롯한 아랍 전통의상 ‘칸두라(Kandura)를 입은 중동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수있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레지던스호텔에 머문다.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주 이상 투숙한다. 대다수는 치료를 위해 방한한 의료관광객이다. 충정로는 대형병원이 인접해 있으며 서울역이 가깝고 교통도 편리해 중동 의료관광객들은 이 지역을 숙박 장소로 택한다.

지난 7일 관계자를 따라 한 레지던스호텔 객실을 둘러봤다. 내부는 여느 레지던스호텔과 다를 바 없었지만 기도 전 손발을 깨끗이 씻는 무슬림문화를 반영해 화장실에 핸드비데가 설치돼 있었다. 서울에서 할랄 음식점을 찾기 어려운 탓에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주방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일부 객실을 중동인의 문화공간 ‘마즐리스(Majlis)’로 꾸며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마즐리스는 우리로 치면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공동체 현안을 논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중동인들의 사회문화 공간이다.

중동인들의 사회문화적 공간인 마즐리스. 이곳은 우리의 사랑방과 비슷한 곳으로 중동인들은 이곳에 모여 공동체 현안을 논의하고 친분을 쌓는다.
중동인들의 사회문화 공간 마즐리스(Majlis). 중동인들은 이곳에 모여 공동체 현안을 논의하고 친분을 쌓는다.

UAE 등 중동 의료목적 방한율 가장 높아 주목
중동서 독일로 매년 8만명 이상 의료관광 떠나
세계적 수준 의료기술 가진 한국가능성 충분

2009년 외국인환자 유치가 허용된 이후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환자는 전년 대비 17.8% 증가한 38만명으로, 10년만에 누적수 226만명을 달성했다. 한 해 동안 190개국에서 한국을 찾았고 중국‧미국‧일본‧러시아‧몽골 순으로 많았다.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환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늘었으나 UAE를 포함한 중동 국가는 전년 대비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최근 중동 의료관광시장에서는 한국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중동 관광객 중 10.7%가 의료를 목적으로 방한했다. 이는 주요 방한국인 중국(0.8%), 일본(0.5%)에 비해서 높은 수치이며 대표적인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0.1%), 인도네시아(0.8%)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또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38만명 중 중동에서 온 환자는 6888명으로 1.8%에 불과하지만, 1인당 평균 진료비가 높고 특히 중동 주요파트너국인 UAE 국적의 외국인환자 연평균 증가율은 77.9%로 조사대상 14개국 중 가장 높았다.

연도별 외국인환자 수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연도별 외국인환자 수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전체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2% 남짓에 불과하지만 중동시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는 ‘큰 손’으로 통하는 그들의 씀씀이에 있다. 중동 국가에서는 매년 63만명이 의료관광을 떠나고 의료관광에 쓰는 비용은 연간 22조원에 달한다. 그 중 한국은 약 1%를 차지한다. 중동에서는 중증질환 치료를 받으러 미국과 독일로, 미용·성형수술은 태국으로 향하는 비율이 높은데 매년 독일로 떠나는 의료관광객만 어림잡아 8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왜 의료관광의 발길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세계적 수준의 한국 의료기술과 시스템을 첫 손에 꼽았다. 특히 간이식과 암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는 평가다. 그에 비해 진료비는 미국, 독일의 약 30% 수준이어서 한국이 중동 의료관광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독일, 태국 등으로 향하는 중동인의 발걸음을 한국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중동 의료관광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동 의료관광객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지표는 관련 기업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중동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이 올해 1~6월 자사 서비스를 이용한 3000여명(환자와 가족 포함)을 조사한 결과 중동 의료관광객의 평균 체류일은 50일로 통상 4명의 가족과 동반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사용한 금액은 평균 2300만원이었다.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한 환자와 그의 가족은 총 5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1억원 이상 진료비를 지출한 환자도 5%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17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전체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199만원)보다 약 12배, 내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145만원)의 약 16배 수준이다. 중동 의료관광객은 주로 암, 뇌혈관, 척추질환 등 중증질환으로 한국을 찾기 때문에 치료비용이 높고, 종합병원 내 1인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여타 외국인 환자에 비해 진료비가 많이 청구된 것으로 분석됐다.

치료 경과에 따라 체류기간도 달라진다. 레지던스호텔 관계자는 “중동 관광객들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3개월, 1년 가까이 숙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긴 체류기간 동안 이들은 서울 중심가 레지던스 호텔에 머물며 치료 외에 관광과 쇼핑을 즐기며 동반한 가족들의 건강검진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 국비환자 수 매년 늘어10배 이상 증가
국비환자 치료 성과로 한국의 의료기술 입증
현지 진출한 국내 의료진들 활약도 신뢰 쌓아

중동 의료관광객 중 일부는 국비환자다. UAE를 비롯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 중동국가(걸프협력회의, Gulf Cooperation Council, GCC)는 자국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 한해 외국으로 환자를 보내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UAE는 환자의 이동부터 진단비, 치료비, 숙박비, 의료 통역비, 간병비, 보호자 경비 등을 전액 지원한다.

한국 정부도 2011년 UAE와 협약을 맺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외환자송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 1명이었던 UAE 국비환자는 2012년 89명, 2013년 351명 등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엔 849명이 한국에서 치료를 받았다. 보건산업진흥원 외국인유치단 관계자는 “한국은 UAE 주요 파트너국으로, 국내 11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UAE 국비환자 수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UAE 국비환자 수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중동 국비환자 유치는 K-Medicine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초기엔 낯선 동양나라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간 환자들의 긍정적 평가가 쌓이고 여기에 UAE 등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의료진들의 활약이 한국 의료기술을 입증하는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만수르 처남 왕족 일가 한국서 치료 

VIP에서 시작된 K-Medicine 

개별 의료관광으로 확대될지 관심

두바이 왕족, VVIP 등 치료차 한국 방문
외국인환자 맞춤형 서비스 자료집 개발 

긍정적인 시그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초 ‘만수르 처남’으로 알려진 UAE 부통령 셰이크 함단 빈 무함마드 알 막툼(함단) 왕세자 일족이 한국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함단이 비공식 방한한 것도 서울 대형병원에 입원한 친지를 병문안 하기 위해서였다. 컨시어지 서비스 관계자는 “두바이 왕족 등 중동 VVIP들의 방문은 의미가 크다”며 “한국 의료 수준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중동은 왕족국가여서 왕족들의 문화와 행동을 국민들이 따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동 VVIP 방문으로 시작된 한국 의료에 대한 관심이 개별 의료관광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쿠웨이트에서도 지난 4월 한 유력인사가 한국에서 치료받은 경험을 유투브에 올리면서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현지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그는 큰 만족감을 표시하며 의료뿐 아니라 전반적인 의료 시스템에 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쿠웨이트는 현재 자국민 의료비용을 100% 지원하며 국비지원 환자송출뿐 아니라 자비로 떠나는 해외의료 관광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보건복지부도 의료를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들의 만족도를 높일 대책을 마련했다. 실제로 2018년 방한 외국인환자 대상 만족도 조사결과 의료서비스 만족도(90.5점)가 국내 관광환경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80.2점)보다 월등히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광 특성상 체류기간과 지출비용이 많고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UAE 사례를 기반으로) ‘외국인환자 맞춤형 비의료서비스 개선 및 정보제공 자료집’을 개발하고 있다. 이 자료집에는 환자유형과 지역, 문화별 차이를 고려해 보다 전문화되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중동 의료관광객 손에서 K-Medicine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박지연 기자 yeon@mice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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