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지 바꿀게요” 주최자 일방적 통보에 ‘눈물’
상태바
“개최지 바꿀게요” 주최자 일방적 통보에 ‘눈물’
  • 정정숙 광주관광컨벤션뷰로 컨벤션마케팅팀장
  • 승인 2019.05.28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ICE ESSAY]

2년여 법정공방 법원 “광주뷰로 일부승소”
국제행사 준비 중 학회장 바뀌자 개최지도 바뀌어
수년간 공들인 행사, 돌연 ‘개최지 변경’ 억울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이건 명백한 주최자의 ‘갑질’입니다.”

광주의 정의로움이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지방법원에도 가보고 민사소송도 치르는 등 혹독한 수업을 받았습니다. 2014년 5월부터 4년 6개월을 진행했던 국제회의에 마침표를 찍은 날, 2018년 11월 전후의 일입니다. 결국 이 마침표는 광주지방법원이 찍어줬습니다. 제안 발표와 유치 경쟁에서 우리의 역량이 부족해 경쟁에 밀린 거라면, 아쉽고 속상한 마음이야 어쩔 수 있겠습니까. 최소한 이렇게 억울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실은,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속이 쓰립니다. 특히 “Gwangju, Korea”로 유치가 확실시 됐던 건이라 쉬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광주로 국제행사 하나 유치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우리 직원들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겁니다.

본부서 인정한 국제학회 행사,
국내학회의 일방적 ‘수정통보’

해당 국제본부 임원진들은 대한민국 광주에서 2020년 행사를 유치하는 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수년에 걸친 마케팅 활동으로 일궈낸 성과였죠. 그런데 불현듯 한국 주최기관으로부터 일방적인 통보가 날아들었습니다. 학회장 변경을 이유로 한 ‘유치계획 수정 결정’ 알림이었습니다. 2017년 대회 현장 참가가 좌절된 것이지요.

저희가 국내 주최기관으로부터 이 통보를 받은 때는 2017년 3월 22일이었습니다. 이 시기는 2016년 동 학회의 동아시아대회를 광주에서 개최하면서 국제본부 차기회장(2017년 회장)을 광주로 모셔 인프라 답사를 진행하고, 개최지로서 적절성까지 이미 평가를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사실상 2017년 브라질대회에서 단독 프레젠테이션만 남겨두고 있었지요.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주최자와 마이스 담당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주최자와 마이스 담당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저희가 한국 주최기관으로부터 받은 공문의 내용은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국제본부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한 광주의 개최 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더니, 학회의 예산 상황을 이유로 수정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국내 학회는 타 지역 컨벤션뷰로에 개최 지원을 문의했습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보면, 그저 ‘광주’에서 개최하고 싶지 않다는 게 핵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체 학회 이사진을 대상으로 했다는 ‘개최지 투표’에 관한 설명은 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학회 이사진에 던진 질문의 요지는 대강 이랬습니다.

‘광주는 대회 개최지로 너무 부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광주에서 할 것인가, 아니면 개최도시와 시기를 다시 정해서 유치할 것인가.’

개최지 선정을 비롯해 대회 운영 전반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잔 말이죠. 이번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광주관광컨벤션뷰로 ‘일부승소’였습니다. 뷰로 입장에선 학회뿐 아니라 학회장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보고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학회장은 책임 소재에서 제외됐습니다. 조금은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학회보단 학회장에게 책임이 더 있다고 봤는데, 법원의 판단은 달랐던 거죠. 그렇지만 ‘주최자의 갑질’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판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최자 변심’ 한국 마이스산업의 어두운 단면
문체부 ‘공정거래지침’ 냈지만 ‘사각지대’ 여전
‘감정노동’ 마이스산업 업무고충 1순위 이유는


“성공적 행사 만드는 과정,
상호신뢰 저버리지 말아야”

이번 소송은 4년여에 걸친 협력사업에 책임을 묻는 과정이었습니다. 성공적인 행사 유치를 위해 함께 노력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한 책임 말입니다. 물론 주최자 입장에선 광주를 서울‧부산‧제주와 비교한다면 완벽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헌데, 어디인들 부족한 점이 없겠습니까.

비단 우리 광주만의 사정은 아닐 것입니다. 소송이 한창일 때, 우연히 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DMO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례를 주최자 측에 전달하라고 조언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미 유치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단순 변심 혹은 경쟁지역의 혜택에 마음이 끌려 어느날 갑자기 개최지를 바꾸겠다는 주최자의 일방적 통보는 유감스럽게도 흔하게 일어납니다. 한국 마이스산업의 어두운 단면이죠.

지난해 정부는 주최자와 국제회의기획업(PCO) 사이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돼 온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광주관광컨벤션뷰로와 같은 전국 DMO(도시마케팅기관)에서 유치마케팅, 개최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경우 이 지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진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 소속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뷰로직원들이 무슨 갑질을 당하느냐! 갑질을 했으면 했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뷰로에서 마이스행사를 유치하고 개최를 지원하는 담당자들의 업무고충 1순위는 ‘감정노동’입니다. 실제로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내부 워크숍에서 나온 결론이었습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여러 주최자들이 행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유치가 완료되고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언제든지 개최도시를 바꿀 수 있다”라는 식의 압박을 가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국의 담당자들이 극심한 마음고생에 시달리고 있을 겁니다.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면 연락주세요.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법을 고민해 봅시다.

정정숙 광주관광컨벤션뷰로 컨벤션마케팅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