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다” 여기저기 탄식 들리는데… 돌파구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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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다” 여기저기 탄식 들리는데… 돌파구 없나?
  • 윤은주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 승인 2019.05.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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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의 MICE INSIGHT

우수인력 없다고 포기할 순 없어 ‘특단의 조치’ 필요
업체에 근무여건, 처우 개선 요구만으론 바뀌지 않아
청년층 ‘평생직장’ 대신 ‘가치직업’ 선호, 마이스는?
PCO, AMC비즈니스로 영역 넓혀야 새 일자리 창출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중요한 아젠다로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이스(MICE)산업도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UIA 기준 국제회의 개최건수로 대한민국은 세계 1위를 연속 2년째 달성했고, 전국 대부분의 시‧도에 컨벤션센터가 건립돼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국제회의 기획업체수는 1000% 이상 증가했다. 전시회 개최건수도 600% 정도의 성장을 보여줬다. 그만큼 종사자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컨벤션센터가 건립되고, 해당 지역에 관련업체나 대학 내 학과가 개설되면서 일반인의 관심도 늘었다. 자연히 마이스산업의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전시, 컨벤션 등 마이스 업종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사람’이다. 마이스산업은 대표적인 지식서비스 업종으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산업인데 여기저기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들려온다. 업체는 업체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일할 사람이 없고, 괜찮은 사람이 없고, 연구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일자리 창출, 중견인력 부족 등의 문제는 수년전부터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결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 팽배
마이스보단 호텔‧항공‧여행사 선호

얼마 전 어느 심사에서 만난 한 교수는 “요즘 PCO들은 예전 같지가 않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예전엔 (직원들이) 헝그리 정신도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들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자신이 낸 기획안이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단 거다. 그 상황에 필자도 “다 그런 건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선뜻 그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과거에는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어 학교에 문의하고, 회사에도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고, 새로운 사람, 그것도 정말 한 분야에서 유명하고 훌륭한 사람을 계속 만날 수 있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먼저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던 젊은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즘 대다수 학생들은 마이스 업종보단 호텔이나 콘도, 항공사, 여행사 등에 취업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해외여행이 금지돼 스튜어디스가 최고의 직업인 시절도 아니고 호텔이나 여행을 못 가보는 시대도 아닌데 참 아이러니 하다. 눈에 보이는 직업이 아니라 무형의 지식서비스를 다루는 직업이다보니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오기 때문인 듯도 하다.

요즘 청년들 눈에 마이스(MICE)는 주최기관이 계획한 대로 그저 ‘대행’ 해주는 직무일 뿐인데 여기에 어떤 매력을 느낄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요즘 청년들 눈에 마이스(MICE)는 주최기관이 계획한 대로 그저 ‘대행’ 해주는 직무일 뿐인데 여기에 어떤 매력을 느낄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우수인력이 없다고 포기할 순 없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어려운 여건인 중소규모 국제회의 기획업체에 일자리를 더 늘리라고, 처우를 더 높이라고 요구 할 수만은 없다. 마이스산업 분야 직업군을 다시 배치하고, 새로운 일자리(직업)를 만들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수한 젊은 인력이 들어와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과거에 직장은 나의 미래이고 ‘평생직장’ 개념이었다. 조직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고, 직원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조직이 제공하는 급여, 승진, 복지 등의 혜택에 만족했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조직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는 건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처럼 돼버렸다. 조직보단 자신이 중요하고, 자신이 만족하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시대로 변했다.

청년들, ‘단순 대행’ 직무에 매력 느낄까

시대 변화에 마이스 직종의 직무가 얼마나 매력을 끄는지 고민해봤다. 과거 항상 새로운 주제를, 새로운 사람을, 새로운 연사를, 새로운 장소에서 한다는 매력이 직업적으로 강력했다면, 요즘 청년들 눈엔 주최기관이 계획한 대로 그저 ‘대행’ 해주는 직무일 뿐인데 여기에 어떤 매력을 느낄까. 자신의 가치를 찾고 싶어하고,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면 국제회의 대행서비스로는 직업에 대한 만족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젠 대행을 뛰어 넘어 컨설턴트의 눈높이로 국제회의 기획사라는 직업에 걸맞은 ‘기획’을 꿈꾸고 그런 직무를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해외 PCO만 봐도 우리와 역할과 직무가 다르다. 우선 국제회의 대행에 국한한 작업은 대부분 DMC나 이벤트 회사들이 수행한다. PCO는 회의의 수익 창출, 참가자 모집 확대,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 등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혹은 AMC(Association Management Company)로 확대돼 국제회의 기획뿐 아니라 행사 주최자인 단체의 운영에 대한 경영 컨설팅, 조직 대행 운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국내에도 AMC의 중요성과 도입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PCO만 실행하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의 대형 AMC인 Smith Bucklin은 협회‧학회뿐 아니라 정부기관의 서비스 대행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단체가 어떻게 하면 해당 산업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AMC의 마이스산업은 전시, 컨벤션 등의 행사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구조이고, PCO의 수익 모델보다 훨씬 높은 고부가 서비스로 다양한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의 차이를 인식해보면, 2019년 현재 약 900개의 국제회의 기획업체가 국내에 등록돼 있는 건 산업의 크기와 중요성에서 의미를 찾기 어렵다. 얼마나 생산성이 높은지, 종사자가 우수한지, 종사자의 이탈이 적은지 등이 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지표이므로, 국내 마이스산업의 직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컨설턴트형 국제회의기획사' 새 일자리
‘기획’ 본업으로 할 수 있는 직무 찾아야

Hackman & Oldham(1980)의 연구에 따르면 직무의 5가지 특성인 과업 중요성, 과업 정체성, 스킬 다양성, 자율성, 피드백은 구성원으로 하여금 일의 의미를 향상시키고 동기부여를 촉진한다고 한다. 현재 국내 마이스 구성원들은 우리 과업의 중요성, 정체성과 스킬의 다양성, 자율성과 피드백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갖고 있을까. 과업의 중요성은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반면 직무의 정체성, 자율성, 피드백은 만족 수준과는 거리가 멀 듯 하고, 스킬의 다양성은 개별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Donga Business Review에 소개된 기사에 보면 일의 의미를 느끼는 데는 3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과업의 중요성이 개인의 성장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느낄 때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제회의 기획업체의 직무가 직무의 정체성, 자율성, 피드백을 제공 받을 수 있는 형태로 개편돼야 하고, 이는 기존의 대행 수준에서 벗어나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획업무를 수행하려면 단순히 파워포인트 디자인을 잘 만들고, 엑셀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정도의 기술로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어려운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개인이 조직 내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활동이 결과적으로 행사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파급한다고 인식될 때 ‘국제회의 기획사’로서 자부심을 찾을 수 있고, 우수한 인재가 마이스산업을 찾을 것이다. 예컨대 회의 분야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마이크임팩트의 한동헌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업체엔 우수인력과 인턴이 스스로 찾아온다고 한다. 마이크임팩트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구성원들에게 그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국제회의 기획업체라는 본연의 이름과 같이 기획을 본업으로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야 하고, 그러한 활동을 위해 주최기관과 관계에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 컨설턴트 형태의 개인 국제회의 기획사라는 새로운 일자리도 마련될 수 있고, AMC 비즈니스로 PCO가 확장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새로운 마이스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은주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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