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팍 아리는 묵직함’ MICE 부르는 인도네시아산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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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팍 아리는 묵직함’ MICE 부르는 인도네시아산 커피
  •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장
  • 승인 2019.05.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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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아의 비비디바비디부] 인도네시아 커피
인도네시아 스타벅스, ‘미국의 상징’ 버리고 할랄인증, 왜?
전세계 7% 커피 생산 ‘세계 4위’수마트라‧람뿡‧아체 집중
1만7500개 섬 중 12곳에서만 재배 ‘플랜테이션형 커피농장’

자카르타엔 커피전문점이 꽤 많다. 다양한 인도네시아산 커피 품종을 맛볼 수 있는 기본 메뉴는 물론이거니와 (인도네시아 커피에 ‘꽂혀’ 아예 눌러살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전세계 커피 전문가들이 솜씨를 겨루듯 출시하는 기발한 블렌딩 메뉴들도 상당하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면에선 스타벅스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00년대 초 일찌감치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말레이시아정부의 할랄인증을 통과했다. ‘미국의 상징’인 사이렌(스타벅스 로고에 등장하는 인어 모습을 한 그리스신화의 바다요정)이 알라신에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무슬림이 인구의 80%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에서 무리없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초석이 이미 깔린 상태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커피와 함께 간단히 먹거리를 살 수 있는 독립 브랜드의 소규모 점포는 많지만, 인도네시아 현지 대표 커피브랜드인 엑셀소(Excelso)가 커피빈과 점유율 2~3위 경쟁을 벌이는 정도다. 엑셀소를 제외하면 소규모 점포들이 난립해 있다. 스타벅스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기준 40.4%로 2위인 커피빈(11.4%)을 멀찍이 밀어냈다. 인도네시아 커피전문점 브랜드 중에선 엑셀소(10.3%)가 유일하게 커피빈을 1% 수준으로 바짝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요 커피 체인점은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대형몰에 입점해 있다.

할랄인증 마크를 달고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 스타벅스 매장. 사진출처= 수아라 이슬람(www.suara-islam.com)
할랄인증 마크를 달고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 스타벅스 매장. 사진출처= 수아라 이슬람(www.suara-islam.com)

18세기 네덜란드 식민 지배 시절, 유럽으로 가져갈 커피를 ‘바타비아(현 자카르타)’ 항구에 선적하면서 인도네시아 커피 수출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수마트라, 술라웨시, 발리 등으로 재배지역이 확산됐고 당시 상류층 기호식품이던 커피를 대중들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지역별 커피 생산량 비중은 남부 수마트라 지역이 20.38%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람뿡 지역이 13.20%, 아체 지역이 9.87%, 발리와 누사 뜽가라 지역이 9.05%, 동부 자바가 8.60% 순으로 많다. 한때 수마트라 남부 3개 주(람뿡, 남수마트라, 벙꿀루)가 인도네시아 전체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람뿡의 주도(州都)인 반다르 람뿡(Bandar Lampung)은 예로부터 커피와 후추의 무역항구로 명성을 떨친 곳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커피체인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약 2만 루피아(한화 약 1600원) 선이며,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2만5000루피아(약 2000원), 커피빈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3만5000루피아(약 2800원)로 한국보다는 상당히 저렴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노동자 임금이 월 평균 274만 루피아, 원화로는 22만원 정도니 중산층 이하의 현지인에겐 부담스런 가격이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커피 생산국이다. 국제커피협회(International Coffee Orginization)는 2017~2018년 세계 커피 생산 시장에서 인도네시아 커피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6.88%로 집계한다. 세계 1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커피 생산 시장점유율은 32.16%, 베트남과 콜롬비아는 각각 18.60%, 8.83%다.

커피재배에 이상적 여건,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약 1만7500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국토 거의 대부분이 적도를 중심으로 또아리를 든 것처럼 분포돼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군도 전체가 커피벨트(coffee belt)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또한 커피 질의 56%는 토양이 좌우 하는데, 1만7000개가 넘는 섬 중 12개의 섬에서만 재배된다. 네덜란드 식민시대에 커피 재배에 알맞은 땅을 엄선해 종자를 뿌렸기 때문인데, 집단농장(플랜테이션) 형태로 커피를 재배하는 양질의 커피농장 면적도 상당히 넓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재배인력이 커피수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베트남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1만7500여개 인도네시아 섬 중 커피는 12곳에서만 재배된다. 사진제공= 인도네시아관광부
1만7500여개 인도네시아 섬 중 커피는 12곳에서만 재배된다. 사진제공= 인도네시아관광부

커피생산 환경은 나무랄 바 없이 훌륭하고 지역마다 재배되는 품종도 다양하며 인력도 풍부하지만, 그간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이제까지 인스턴트 커피 수출량이 많아 로부스타를 주로 재배했지만, 이제는 고급커피 소비가 늘어나 아라비카 품종을 더 선호하는 추세라 생산기술, 토양배분을 유연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품질자체는 훌륭하지만, 세계적으로 대중성을 얻은 커피종이 많지 않아 생산량에 비해 수출량이 저조하다. 내수만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으니 부가가치가 높은 스페셜티 커피 재배 면적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경작지가 손상을 입거나 노후화 되면서 커피 생산이 둔화됐다. 역으로 커피 생산이 둔화되면서 경작지의 노후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잠재적인 커피 생산량에 비해 생산증가율이 더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커피 수출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우리나라만 인도네시아 커피 수입이 전폭적으로 늘었다.

인도네시아 커피 재배 지역. 사진제공= 필자(박재아)
인도네시아 커피 재배 지역. 사진제공= 박재아

인도네시아가 생산력 1~3위 지역과 가격 경쟁을 피해 커피 생산‧수출강국으로 성장하려면 커피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들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토질을 개선하고 수요와 부가가치가 높은 커피생산량을 늘리는 건 기본이다. 그러나 생산량 증대는 분명 한계가 따르고 이미 시장을 선점한 경쟁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여전히 관성에 젖어 나머지 인생도 마치 트랙이 한 줄 뿐인 달리기를 한다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정답은 같아도 꼭 풀이과정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듯, 난국을 타개(打開)하기 위해 무작정 벽을 박차고 나갈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문이 있는지 살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2억5000만 인구 ‘다양성 속 통일(Bhinneka Tunggal Ika)’
인도네시아 커피만의 독특한 문화와 경험 “강점은 충분하다”
커피원산지 찾아다니는 일정으로 만든 ‘관광코스’ 어떨까

중산층 80%, 젊은이들이 경제주도권 쥔 나라

우선 인도네시아는 더 많은 양의 다양하고, 우수한 품종의 커피를 생산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생산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세계 커피공장’인 만큼 단순히 잠을 깨거나 사람과 대화를 위한 매개 기능뿐 아니라, 세계 4위, 2억5000만 인구 시장을 함께 보유한 나라인 만큼 커피를 활용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춘 곳이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도상국 중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존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뤄온 대표적인 나라다. 경제성장률도 매년 5%를 웃돌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세계 주요 20개국(G20)의 유일한 회원국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 다양성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역할교환도 가능하다.

2015-2018 세계 커피생산 규모. 출처= 국제커피협회(ICO)
2015-2018 세계 커피생산 규모. 출처= 국제커피협회(ICO)

물론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국가 중 미얀마, 태국 등도 소수민족이 많아 다채로운 문화요소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득수준과 생산‧소비 규모 면에서 인도네시아는 여느 비교 대상국들보다 문화(creativity)와 생산성(productivity)을 결합한 비즈니스를 발달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고유한 문화의 가치나 생활방식을 보존할 여력이 없는(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여느 저개발국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건강한 발전 여건이 주어진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중산층 비율이 2030년이면 80%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역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은 이미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통의 가치를 저버리고 막무가내로 서구의 생활방식을 좇는 것도 아니다. 여러 번의 식민지배를 겪었고, 독립과 국토 보존의 문제를 겪으며 ‘내부결합 없이는 외부 도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인도네시아식 공존, 성장법’을 체득해 왔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국시가 ‘다양성 속 통일(Bhinneka Tunggal Ika)’일 만큼 다양성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을 헌법보다 상위의 가치로 여긴다. 젊은이들도 여느 나라의 비슷한 세대들처럼 개성 강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높지만, 자신의 뿌리와 사회에 꽤 단단한 고집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무슬림’ 뿌리내린 커피문화,
디저트 문화도 함께 발달

이른바 ‘밀레니얼’로 불리는 이런 젊은이들의 취향과 소비행태가 커피를 비롯한 모든 산업의 양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무슬림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라인데다 모임을 좋아하는 민족성 때문에 커피를 비롯, 술을 대체할 수 있는 음료가 당연히 발달해 있다. 이슬람 종교 색채가 강한 아랍이나, 브루나이, 말레이시아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인도네시아 식음료 시장은 2020년까지 302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08년 부터 3년간 수치를 비교해 보면 매년 18% 이상 성장해 왔다. 시장규모는 2008년 90억 달러에서 3년 사이 거의 1.5배나 성장한 150억 달러로 증가했다. 음료뿐 아니라 디저트 산업도 크게 발달해 있다.

사진 왼쪽부터 코코넛 가루와 차진 쌀밥을 곁들인 판단(pandan, 열대식물) 디저트, 인도네시아 커피, 그린바나나아이스.
사진 왼쪽부터 코코넛 가루와 차진 쌀밥을 곁들인 판단(pandan, 열대식물) 디저트, 인도네시아 커피, 그린바나나아이스.

인도네시아는 워낙 더운 나라라 거의 모든 음료에는 당분을 넣어 마신다. 빙수, 아이스크림 등 달고 차가운 음료를 즐겨 마시고 커피를 마실 때도 과자, 케잌을 늘 함께 먹는 편이다. 제품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아직 포장이나 브랜딩 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아 아직까지는 내수나 인근 국가에 수출하는 정도지만, 이 부분이 개선되면 디저트 수출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디저트의 경우 형광색 고명이나 시럽이 가득 뿌려진 간식류들을 많은 편인데 조잡스러운 모양과 요란한 색 때문에 처음에는 먹기가 좀 주저됐지만, 실제 맛은 짐작과 너무나 달랐다.

라피스 레짓(Lapis Legit). 사진출처= 인도네시아관광부 홈페이지
라피스 레짓(Lapis Legit). 사진출처= 인도네시아관광부 홈페이지

특히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커피와 즐겨먹는 라피스 레짓(Lapis Legit)이라는 고급 케이크는 수출량도 상당하다. 입에 퍼지는 계피향, 정향, 매큼하면서도 구수한 풍미가 독특하다. 크레이프 방식으로 만드는 케잌이라 고급스러운 식감도 일품이다. 진한 커피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이 케잌에는 엄청난 양의 계란과 버터, 카다몸, 육두구, 정향같은 고급 향신료가 들어가고 한층한층 꼼꼼하게 쌓아 만들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하니 상당히 고가다. 하지만 일단 이 맛에 빠지면 인도네시아에 갈 때마다 몇 박스씩 꼭 챙기게 되는 중독성 있는 디저트다. 현재 현대백화점, 카페베네 일부 매장, 지마켓 등을 통해서도 맛볼 수 있다. 작년 3월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세계 유명 케이크 6종을 판매했는데 미국 CNN이 선정한 ‘월드베스트 케이크’ 중 하나로 레피스 레짓을 소개하기도했다.

디저트 이야기가 너무 장황했다. 헌데 이는 커피문화를 발달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베이커리 문화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모리셔스와 피지 등 식민지배를 하던 나라들의 국토를 뒤덮을 만큼 사탕수수 사업을 크게 벌이면서 설탕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과 음식문화를 함께 개발한 것은 좋은 예다.

커피만 팔지 말고 문화도 함께 팔아야

인도네시아의 커피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의 의식주와 문화가 녹아든 ‘인도네시아 커피문화’를 만들어 내야한다. 가령 ‘베트남 커피’하면 떠오르는 심상들이 있는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이 나라만 커피만의 개성을 살린 제품들, 마시는 방법, 함께 먹는 디저트류, 커피를 활용한 테라피 등 다양한 부문을 정리하고 대중화 시킬 필요가 있다.

일단 이미 지역마다 원두뿐 아니라 커피 내리는 방법이 다르니 원두의 가장 이상적인 맛을 낼 수 있는 추출 방법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와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마트라 지역 사람들은 달달하면서도 쓰고 진한 커피를 선호한다. 분쇄한 커피콩을 촘촘한 황마자루에 느슨하게 담아 뜨거운 물에 넣고 끓여낸다. 커피자루를 양 손으로 들어 올려서 뜨거운 커피가 아래 놓인 커피잔에 떨어지게 해서 내온다. 여과지 대신 천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플란넬(flannel)드립 혹은 융드립 방식과 유사하다.

인도네시아 커피. 사진제공= 인도네시아관광부
인도네시아 커피. 사진제공= 인도네시아관광부

자바식은 또 다르다. 커피 찌꺼기가 많이 가라앉는 구수한 커피를 좋아해 마시다 보면 커피 가루가 씹힌다. 이런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꼬삐 뚜브룩(kopi tubruk)’이라 하는데, 이 뚜브룩 커피는 심한 경우에는 큰 커피 잔에 거의 반 정도가 앙금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커피가루가 둥둥 뜰 정도라 맑은 커피에 익숙한 사람이면 마시기 불편할 정도다.

자바사람들은 차(茶)를 좋아하기 때문에 커피도 우려마시는 방법을 쓰며 생긴 커피문화인데 이를 ‘나스기뗄(nasgitel)’문화라고 한다. 뜨겁고(panas) 달고(legi) 진함(kentel)을 뜻하는 자바어를 합성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만델링 같은 입안에 꽉 차는 묵직하고 칼칼하며 여운이 많은 향이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라 인도네시아 커피를 접하고부턴 한국의 밋밋한 커피는 싱거워서 마시기가 어려울 정도다.

생산량만으로 승부한다면 브라질을 따라갈 수 없다. 전 세계 커피의 대명사가 된 콜롬비아 커피의 보급력을 꺾을 재간도 없다. 오히려 커피의 양과 가격으로 승부하기보단 이렇게 독특한 커피문화를 전파하며 인도네시아 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만날 수 없는 ‘경험’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 커피산업처럼 치열한 시장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성장하는 방법이다. 오늘도 가슴팍이 아릴만큼 묵직한 커피를 마시며 드는 생각이다.

커피문화, 커피를 둘러싼 하위주제들은 의외로 다양하다. 요즘엔 낮잠을 자기 30분 전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잠이 깬 후 각성효과가 두 배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점심시간을 쪼개 '잠을 자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커피의 쓰임은 개인의 수면, 사람들과 관계 외에도 생명공학, 농업, 건강, 사회 정치 및 법률, 인문 사회, 교육, 창조경제 및 관광 등 다양한 부문에서 부제가 아닌 ‘주제’로 떠오를 수 있는, 대중적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커피 원산지를 찾아다니는 일정만으로도 관광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아직도 귀족문화가 존재하며 술탄이 다스리는 특별자치구 족자카르타에 가면 전통적인 인도네시아의 커피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족자카르타에 위치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보로부두르 사원. 사진제공= 인도네시아관광부
아직도 귀족문화가 존재하며 술탄이 다스리는 특별자치구 족자카르타에 가면 전통적인 인도네시아의 커피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족자카르타에 위치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보로부두르 사원. 사진제공= 인도네시아관광부

어딘가에 시장이 존재하고 거기에 물건을 갖다 대는 방법으로 벌어지는 무역관계에서는 경쟁만 있을 뿐이다. 시장이 원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제품을 더 저렴하게 만드는 방법도 3차산업 시대에나 통용되는 이야기다.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고,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확산하면서 소비의 주체와 산업군을 다르게 해석해 전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방법도 가능한 세상이 됐다.

커피산업 경쟁력 강화를 논하며 단순히 생산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방법만 추구하는 산업시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간은 생산량(amount), 생산효율성(efficiency)을 높이는 데 모든 연구개발력을 집중시켜왔다면, 즉, 어떻게(How)라는 물음이 생산-소비관계를 지배해 왔다면, 이제는 누가, 왜 소비하며, 무엇을 소비하는지 그 ‘이면’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눈을 떠야 한다.

‘시장+성장동력’ 가진 마이스산업

이런 발상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가 마이스(MICE) 아닐까. 마이스 시설을 갖춘 특정 지역은 하나의 작은 시장 혹은 생산기지를 형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안에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더 이상 생산과 공급으로 운영되는 시장이 아닌 것이다. 마이스산업은 그야말로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시설의 구조와 인테리어는 주제에 맞게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다. 그 안에 어떤 주제를 채워넣느냐, 그 주제를 어떻게 표현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부가가치가 매겨진다.

박리다매로 로부스타 생산량만 계속 늘려 박리다매 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토양과 기후환경을 가진 조건을 백분활용해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커피를 특화시켜 나갈 것인가. 답은 명쾌하나 말이 쉽다. 플랜테이션 농법처럼 특정 품종에 익숙한 토질에 많은 사람들이 얽혀있는 산업인 만큼 시류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모두 갈아엎고 돈이 더 되는 화훼작물을 심으란 게 아니다. 커피라는 품목을 중심에 두고 새끼를 치자는 거다. 품종은 더 다양하고 고급화하고, 다양한 맥락에서 더 자주 더 많이 커피를 마시고 활용할 수 있도록 커피의 성분과 사회적인 함의를 꺼내는 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국제성형의학회(ISAPS)가 201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여성 성형수술 비율은 ‘세계 1위’다. 특히 19∼49세 도시 거주 한국 여성은 5명 중 1명꼴로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 6년 전 통계니 이 비율은 훨씬 더 늘었을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수술은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쌍꺼풀 수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제무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양인 모델은 대부분 쌍커풀 없는 단아한 얼굴이다. 이미 주어진 것을 백분활용하지 못하고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게 가장 바보같은 짓이다.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장
지난 17년간 피지‧사모아‧모리셔스‧인도네시아관광부와 연계해 여행을 주제로 섬 나라를 알리는 일을 해왔다. 2005년부터 13년간 피지관광청 한국지시장을 지냈고, 지금은 남태평양관광기구, 사모아관광청의 한국대표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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